【우리일보 이정희 기자】 | 동두천시의회가 단단히 화가 났다. 정부를 상대로 한 성명서에는 급기야 ‘피바다’라는 과격한 표현까지 등장했다.
지난 10일 열린 제324회 동두천시의회 임시회 제9차 본회의에서, 동두천시의회는 “동두천 특별지원 촉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 3월 21일 “동두천시 특별지원 촉구 결의문” 채택·발표 이후 7개월 만에 정부를 향해 쏟아낸 절규와 성토의 수위는 한층 더 높아졌다.
“동두천 없으면, 대한민국도 없다!”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동두천시의회는 70여 년 안보 희생으로 인한 지역경제 파탄과 인구 급감의 위기 상황을 호소했다. ‘죽어가는 동두천’을 방관하고 있는 정부를 비난하며, 동두천시의회는 동두천의 ‘특별한 희생’에 대한 ‘정당하고 당연한 보상’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날 동두천시의회가 발표한 성명서는 도입부터가 거칠었다. “정녕 이 나라가 피바다가 되어야, 진짜 전쟁이 나야지만, 대한민국은 동두천의 소중함을 뒤늦게 깨달을 건가?”
성명서는 조선일보의 최근 기사를 그대로 인용했다. “가장 큰 위협인 북한의 장사정포를 일시에 초토화하는 동두천 캠프 케이시의 미군 다련장 로켓은 그 자체만으로도 북한 도발을 억지하는 핵심 전략 자산이다.” 동두천시의회는 이날, “동두천이라는 세 글자, 그 자체가 대한민국의 안보”라고 선언했다.
동두천시의회는 “대한민국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확립의 그늘에는 정상적인 도시발전 기회를 포기하고 시 땅덩어리 절반을 내어주며 안보를 위해 희생한 동두천이 있는 것”임을 상기했다. 이어 동두천시의회는, 계속되는 정부의 무관심과 방관을 비난하면서 “주둔 미군 병력 감소로 인해 동두천은 지역경제 파탄으로 죽어가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세상천지에 당연한 희생이란 없다.”라고 못 박은 동두천시의회는 “동두천의 ‘특별한 희생’에 대해서는 그에 합당한 ‘당연한 보상’이 마땅히 주어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결의문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편지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하며, “약무동두천 시무국가(若無東豆川 是無國家)! 동두천 없으면 대한민국도 없다!”라고 단언했다.
동두천시의회는 성명서에서, ▲대한민국 안보를 위한 동두천의 특별한 희생에 대한 당연한 보상으로 「동두천 지원 특별법」을 당장 제정할 것, ▲동두천 내 미반환 미군 공여지의 반환 일정을 확정해 제때 반환하고, 그에 수반되는 일체 환경 치유 비용과 반환 공여지 개발 비용 전부를 정부가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시민 모두가 함께 일어나 모든 수단을 동원해 끝까지, 목숨을 걸고 투쟁할 것”임을 경고했다.
◈ 이하 결의문 전문(全文)
동두천 없으면 대한민국도 없다!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歲寒然後, 知松柏之後彫也)
논어에 나오는 격언이다. 겨울이 되어야 비로소 소나무와 잣나무 잎이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정녕 이 나라가 피바다가 되어야, 진짜 전쟁이 나야지만, 대한민국은 동두천의 소중함을 뒤늦게 깨달을 것인가?
동두천이라는 세 글자, 그 자체가 대한민국의 안보다.
지금은 신냉전 시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중국-대만 갈등 고조, 그리고 갈수록 커지는 북한 핵과 미사일의 위험. 지금 한반도는 당장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위기 상황이다.
전쟁 초기에 우리에게 가장 큰 위협은 북한의 장사정포다. 그 장사정포를 무력화시키는 무기가 바로 동두천 캠프 케이시에 있는 미군 제210화력여단의 다련장 로켓이다.
지난 9월 25일 자 조선일보 기사다. “일시에 최전방 북한 장사정포 부대를 초토화할 수 있는 동두천의 미군 다련장 로켓은 그 자체만으로도 북한의 무력 도발을 막는다. 주둔 그 자체만으로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는 핵심 전략 자산으로 평가된다. 2015년 북한 목함 지뢰 사태 당시, 동두천 주둔 미군 화력 부대 모습이 언론에 공개됐을 때 북한은 갑자기 포격을 멈추고 대화를 제안했다.”
다시 말하겠다. 동두천이라는 세 글자, 그 자체가 대한민국의 안보다.
긴 설명 필요 없다. 동두천은 대한민국이 살아 숨 쉬게 하는 ‘공기’ 그 자체다. 동두천이 죽으면, 대한민국도 죽는다. 대한민국이 살기 위해서는 동두천을 살려야 한다.
동두천시민 대표인 우리 동두천시의회는 이미 여러 차례 정부에 호소했다. 70년 안보 희생으로 폐허가 돼버린 동두천을 살려내라고, 우리는 목 터지게 외쳤다. 지금 동두천의 아픔은 동두천의 잘못이 절대로 아니다. 만약 동두천에 죄가 있다면, 시 땅덩어리 절반을 미군에 내어주며 묵묵히 대한민국을 지킨 것뿐이다. 그게 죄인가?
대한민국에 묻는다. 누구를 위한 미군 주둔이란 말인가? 자랑스러운 조국 대한민국의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확립의 그늘에는 정상적인 도시발전 기회를 포기하고 이 나라를 지켜 온 동두천이 있었다. 대한민국 국토 중 어딘가는 국가안보를 위해 희생되어야만 했고, 단지 군사상 지리적으로 적합하다는 이유만으로 동두천은 미군의 요새 역할을 떠안고 있다.
지금도 동두천은 대한민국을 지키고 있다. 그 대가로 지금 동두천은 지역경제 파탄 속에 죽어가고 있다.
대한민국에 묻는다. 동두천이 만만한가? 대한민국에 묻는다. 동두천 없이 대한민국이 무사할 것 같은가? 대한민국에 묻는다. 나라 지키느라 죽어가는 동두천을 이대로 둘 것인가?
약무동두천 시무국가(若無東豆川 是無國家)! 동두천 없으면 대한민국도 없다!
세상천지에 당연한 희생이라는 건 없다. 대한민국 그 어느 도시도 대가 없는 헌신을 강요당할 이유는 없다.
정부는 즉각 동두천의 ‘특별한 희생’을 인정하고, 그에 합당한 ‘당연한 보상’에 나서야 한다. 이는 70년 넘게 나라를 지키고 있는 우리 동두천의 정당하고 떳떳한 권리다.
이에, 우리 동두천시의회는 다시 한번 경고한다.
그리고 다음 사항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
하나, 대한민국 정부는 대한민국 안보를 위한 동두천의 특별한 희생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당연한 보상으로 「동두천 지원 특별법」을 당장 제정하라!
하나, 대한민국 정부는 동두천 내 모든 미군 공여지의 반환 일정을 확정하고 약속한 날까지 반드시 반환할 것이며, 그에 수반될 환경 치유 비용과 반환 공여지 개발 비용 전부를 책임지라!
이번에도 정부가 우리 요구를 무시한다면, 동두천시민 모두 함께 일어나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끝까지, 목숨을 걸고 투쟁할 것임을 똑똑히 밝혀둔다.
2023년 11월 10일
동두천시민 대표 동두천시의회 의장 김승호, 부의장 황주룡, 의원 김재수, 의원 권영기, 의원 박인범, 의원 임현숙, 의원 이은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