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다공증’은 그 자체로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골다공증으로 뼈가 부러지면 여러 합병증과 통증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게 된다. 골다공증을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겨울철 노년층이나 골다공증 환자가 주의해야 할 척추질환이 있다. 바로 ‘골다공증성 척추압박골절’이다. 골다공증이 있는 60~70대 이상 고령의 경우 허리를 삐끗하거나 재채기 등의 사소한 외력에도 척추뼈가 주저앉아 압박골절을 일으키기도 한다.
▲남녀 모두에게 나타나는 골다공증, 골절로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
골다공증은 말 그대로 ‘뼈에 구멍이 많아지는 병’을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골다공증을 ‘골량의 감소와 미세구조의 이상을 특징으로 하는 전신적인 골격계 질환’으로 정의한다. 한마디로 뼈가 약해져서 부러지기 쉬운 상태라는 말이다. 골다공증은 여성호르몬과 관련이 많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뼈에서 무기질과 칼슘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주는데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이 급격히 줄게 되면 골량이 감소하고 그만큼 골다공증 발생률이 높아지게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골다공증으로 내원한 환자는 2018년 97만2196명으로 2014년(82만700명)보다 18.5% 증가했다. 성별로는 여성이 94%로 남성보다 많고, 폐경이 시작하는 50대부터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남성이라고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남성이 상대적으로 적고 적극적으로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비율이 낮다는 의미일 뿐, 남성의 노인성 골다공증 역시 적은 비율이 아니다.
대개 골다공증은 골절을 겪은 뒤에야 진단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골다공증이 있는 사람은 손목, 척추, 대퇴골 골절의 위험이 특히 높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최두용 교수는 “최근에는 건강검진에서 골밀도 검사를 하고 조기에 진단받아 치료하는 사람이 늘었지만 여전히 골절을 겪고 나서 골다공증을 진단받는 환자가 많다”며 “골다공증은 높은 유병률에도 치료율이 10%가 채 되지 않는다. 최근 골다공증을 위한 좋은 약제들이 개발돼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 골밀도도 좋아지고 골절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했다. 폐경 후 여성, 만 70세 이상의 모든 남성, 골절을 겪은 사람, 골다공증이 생기기 쉬운 50세 이상 남녀는 골다공증 검사 우선 대상자다.
▲길 미끄러워지는 겨울철, 골다공증 환자 척추압박골절 주의해야
요즘처럼 날이 추워지면 야외활동과 운동량이 줄고 그만큼 관절이 경직되면서 낙상에 의한 골절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특히 폐경기 여성, 골다공증 환자는 ‘골다공증성 척추압박골절’에 주의해야 한다.
척추는 위로는 머리를 받히고 아래로는 골반과 고관절을 통해 하체로 연결돼 몸의 구조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신경 다발들이 지나가는 중요한 구조물로, 이러한 기능을 위해 척추의 뼈들은 척추체, 추간판, 후궁 및 후관절이라는 구조물들로 이루어져 있다. 일반적으로 뼈 골절이라고 하면 팔, 다리의 긴 뼈가 중간에서 부러지고 어긋나는 것을 떠올리기 쉽지만, 척추는 원통 모양의 구조물로 골절되면 높이의 감소 및 변형 등을 보이는 압박골절의 형태로 발생한다.
골다공증성 압박골절이 흔히 발생하는 골절 위치는 체중을 많이 지탱하는 흉추·요추부(등허리)로 허리가 무너지는 듯한 심한 통증이 발생해 거의 움직일 수 없고 통증이 가슴이나 배로 뻗쳐 내려가는 양상을 보인다. 특히 등이나 허리에 통증이 없어도 발생할 수 있고, 평소 척추관 협착증이나 디스크 등으로 만성적인 통증이 있는 60대 이상의 고령, 특히 여성에서 큰 외상없이 살짝 엉덩방아를 찧거나 허리를 돌리던 중 또는 재채기 도중에도 발생할 수 있다. 정자세로 누울 때 통증은 다소 줄지만 다시 일어서려고 하면 등이나 허리에 무너지는 듯한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때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몸이 점점 앞으로 굽는 척추후만증이나 옆으로 굽는 척추측만증과 같은 변형이 올 수 있다.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골다공증에 의한 척추 압박골절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다. 여러 개의 척추뼈에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특징이 있는데 척추체 앞쪽 높이가 계속 감소해 등과 허리가 심하게 구부러지는 척주후만증을 일으키게 된다. 이런 경우 등과 허리가 점점 더 굽어지고 만성적인 통증으로 악화된다. 또한 보행도 힘들어지고 전반적인 몸의 기능이 떨어져 폐렴이나 호흡곤란 등 전신적인 합병증이 유발된다.
▲엑스레이, MRI, 골다공증 검사 통해 치료방법 찾아야
골다공증성 척추압박골절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척추 엑스레이검사를 시행한다. 다만 엑스레이검사는 척추체 높이가 가라앉는 것은 확인할 수 있지만 이 검사만으로는 급성 골절인지 오래된 골절인지 명확히 알 수 없다. 따라서 가장 확실한 진단 검사로 척추 MRI(자기공명영상촬영) 검사를 시행해 골절의 범위와 발생 시점을 파악한다. 골절이 생기면 골절편(부러진 뼈의 날카로운 조각)이 생기게 되는데, 뼛조각에 의한 신경 압박 여부 및 정도 등을 정확하게 알 수 있어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골밀도 검사 및 골대사와 관련한 혈액검사 등을 통해 골다공증의 유무 및 정도 등을 확인하고, 모든 검사 결과 및 환자 상태를 파악한 후 치료방침을 결정하게 된다.
급성 골절로 진단된 경우에는 먼저 침상 안정, 진통제 등의 보존적 치료를 2~3주 정도 시행한다. 이어 골다공증에 대한 다양한 골다공증약과 칼슘, 비타민 D 등의 약물치료를 시작한다. 이러한 보존적 치료로 현저히 통증이 감소하면 허리 보조기를 착용한 채 보행을 시작하고 약물치료를 이어나가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치료에도 심한 통증이 지속하거나 척추체 높이의 감소가 진행되면 대부분 환자가 고령인 점을 고려해 국소(부분)마취 상태에서 주사를 통해 의료용 골 시멘트를 주입해 치료하는 척추체 성형술을 시행한다. 이 경우 심한 통증을 단시간에 호전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최두용 교수는 “드문 경우지만 초기 골절의 정도가 심하거나 뼛조각이 신경을 압박하는 경우 전신마취를 통해 신경을 풀어주고, 골절된 척추뼈와 주변의 신경조직을 안정시키기 위한 나사못 고정술 같은 수술 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다”며 “그러나 이런 환자들은 대부분 고령, 당뇨병 또는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수술에 앞서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골다공증, 평생 관리하고 치료하는 질병으로 인식해야
정상과 골다공증 사이인 ‘골감소증’이라 하더라도 과거에 골절을 겪었거나 장기간 스테로이드 제제를 사용 중인 사람, 저체중 등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 혹은 골절 위험률이 높다고 판단되면 골다공증 약물치료를 시작한다. 환자의 개인 상태와 상황에 맞춰 경구약제, 혈관주사제, 피하주사제 등을 사용한다. 부작용이나 효과를 꾸준히 확인하면서 적절한 약물을 처방한다. 골절이 있는 골다공증은 ‘심한 골다공증’으로 분류해 골절이 없는 사람보다 좀 더 강력한 약물로 치료한다. 치료 후에는 1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골밀도 검사를 시행한다. 골다공증 골절은 재골절 위험이 높기 때문에 평상시 주의를 기울인다. 약물치료와 함께 낙상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최두용 교수는 “골다공증성 골절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가정과 사회에 의료·경제적 부담과 정신·신체적 피로를 높이는 질환이다. 골다공증 진단을 받은 후에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다른 내과적 질환처럼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척추, 고관절, 손목 등 다양한 부위에 골절이 발생해 수술을 해야 할 수 있고, 이로 인한 여러 합병증으로 고생할 수 있다. 단기간 치료에 그치지 말고, 평생 관리하고 치료하는 질병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