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일보 김선호 기자】 이탈리아 최대 만화·콘텐츠 축제인 ‘나폴리 코믹콘(COMICON)’에 처음으로 설치된 한식 부스가 현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대성공을 거뒀다.
행사 기간인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나흘간 약 5000명의 나폴리 시민들이 부스를 찾았다.
올해 25회를 맞은 코믹콘은 유럽 5대 대중문화 축제로, 그 위상과 규모에서 이미 세계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한식 부스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협력해 공식 부스로는 최초로 운영됐다.

현장을 찾은 시민들은 줄을 서서 음식을 맛보며, 한국 셰프들에게 “안녕하세요”, “맛있어요”, “사랑해요” 등 서툰 한국어로 감사를 전했다.
일부는 매일 행사장을 찾아 한식 메뉴를 즐겼고, 가족 단위 방문객도 줄을 이었다.
코믹콘 총괄감독 클라우디오 쿠르치오는 “이 정도 반응은 정말 이례적”이라며 “우리는 잘 협력했고, 내년에는 더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측에 내년 부스 재참여를 정중히 요청하기도 했다.

한식 부스 운영을 맡은 최재현 셰프(태양글로벌 대표)는 “어느 정도 기대는 했지만, 이 정도 열기일 줄은 몰랐다”며 “식재료 수급 등 어려움도 많았지만 모든 노력이 보람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한식 성공 뒤에는 현지 젊은 층, 특히 K-팝과 K-드라마 팬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다.
나폴리 국립 오리엔탈레대학교 한국학과 학생들이 대거 행사장을 찾았고, 한 학생은 “한국 셰프가 만든 진짜 한국 음식을 나폴리에서 맛볼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코믹콘 스태프 올림피아(26)는 한식 부스의 현장을 영상으로 제작해 SNS에 게시했고, 이는 18만뷰를 기록하며 감동을 자아냈다.

그러나 현지 한식 확산을 위한 기반은 여전히 부족하다.
나폴리에는 정식 한식당이 전무하며, 식재료 공급도 원활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문화 외교의 관점에서 한식 진출은 K-팝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라며 정부와 민간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민간의 헌신으로 만들어진 이번 한식의 성공은 단순한 음식 홍보를 넘어, 한-이탈리아 간 우호 증진의 장이 됐다는 평가다.
“함께 하면 힘이 된다”는 말처럼, 모두가 함께 만든 작지만 강렬한 ‘K-푸드 외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