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일보 강수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선고가 내려지기도 전에 지자체장들이 대권 도전을 위해 정치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경제정의시민연합이 지자체장들의 자리가 대권도전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며 일침을 가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 지자체장들이 지방행정보다는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행보를 노골화하고 있다. 이는 과거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2021년 대선 출마를 위해 임기 중 사퇴했던 전철을 답습하는 행태이다. 이러한 지자체장의 대선 준비는 지방행정의 공백, 선심성 정책 남발, 지방 정치의 중립성 훼손, 지방정치의 중앙 예속화 등의 측면에서 대단히 우려스러운 행태이다.
지자체장의 대선 준비는 필연적으로 지방 행정의 공백을 초래한다. 대선을 겨냥한 정치적 활동이 본격화되면 지역 발전을 위한 중장기 정책은 표류하게 되고, 조기 사퇴 시 지방 행정의 연속성이 단절된다. 더욱이 1년 미만의 임기를 남기고 사퇴할 경우 치러지는 보궐선거는 이미 열악한 지방 재정에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지자체장들이 단기적 정치 효과를 위해 특정 계층을 겨냥한 선심성 정책을 추진할 경우, 지방 재정은 본래의 목적이 아닌 개인의 정치적 도구로 전락한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5년 초 잠실·삼성·대치·청담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 후, 한 달 만에 강남·서초·송파·용산구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한 정책은 부동산 시장 불안정을 초래하며 정책 일관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홍준표 시장은 거국내각 구성과 임기 단축 개헌을 주장하며 대권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으며, 오세훈 시장은 저서 출간과 강연 활동을 통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유정복 시장은 출판기념회와 천원주택등 전국 단위 행보를 확대하고 있으며, 김동연 지사는 이재명 대표와의 회동을 추진하는 등 정치적 입지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대선 출마를 고려하는 지자체장이 지방 공무원 조직을 자신의 정치적 지원 세력으로 활용할 위험성이다. 이는 지방행정의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공무원 조직이 특정 정치인의 도구로 전락하게 만든다.
지자체장들은 선거 당시에는 지방분권과 지방자치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중앙 정치권과의 관계를 활용해 대권 행보를 강화하는 순간 지방행정의 독립성은 크게 약화된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최근 지방분권 개헌을 주장하며 중앙 정치 이슈를 강조하고 있으나, 이 역시 대권 행보와 연계되어 그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정치권은 지자체장의 무책임한 조기 사퇴를 제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지자체장의 사퇴 기한 사전 공표 의무화 및 행정 공백 방지대책, 재·보궐선거 비용 부담 제도 등을 고려할 수 있다. 나아가 지자체장이 중앙 정치 개입을 목적으로 예산을 집행하거나 공무원을 부당하게 동원할 경우, 이를 선거법 위반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엄격히 처벌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