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일보 이명신 기자】 | 오는 12~13일 한국과 아랍에미레이트(이하 UAE)간 항공협정 회담이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UAE 측은 자국 항공사들의 한국행 운항 횟수 증대를 요구하고 나설 것으로 관측됐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은 10일 열린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서 “UAE 측 항공사들이 자국의 지원을 받아 세계 항공계의 패권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이번 항공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국적사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잘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백원국 제2차관은 “알겠다”라고 답변했다.
앞서 지난 2019년 8월 열린 한-UAE간 항공회담에서 UAE는 여객 공급력 증대를 요구한 바 있다. 당시 국토부는 우리 항공시장을 중동에 뺏길 수 있다는 우려로 회담이 결렬됐다.
UAE 측 항공사는 한국발 유럽행 환승승객 수송에 주력, 우리나라 항공사의 유럽행 직항 수요를 심각하게 잠식하고 있다.(에미레이트항공 69%, 에티하드항공 62%가 환승 승객)
반면, 국내 항공사는 UAE 출발 한국행 수요 자체가 적은 데다, UAE를 출발해 인천공항 환승을 통해 갈 수 있는 목적지가 일본 정도로 제한적이다.
즉, UAE 측에 우리 하늘길을 더 내준다면 국적 항공사의 두바이 노선은 적자전환 또는 단항이 불가피하며, 유럽 노선 역시 적자 발생 및 운항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2023년 10월 현재, UAE 측 항공사는 항공협정상 주 15회 중 14회를 운항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 항공사는 수요 부족으로 15회 중 7회만 운항하고 있는 상황이다.
에미레이트항공과 에티하드항공은 각각 517석짜리 A380, 327석짜리 보잉787을 띄우고 있다. 반면 국내 항공사는 218석짜리 A330을 투입, 공급력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우리가 양보할 경우 카타르‧사우디 등 중동 국가의 공급 증대 요구를 방어할 명분도 사라질 수 있다는 게 항공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중동 항공사 영향으로 2014년과 2017년 각각 나이로비, 사우디 노선을 단항한 바 있다.
중동 항공사들은 정부 보조금을 지급받아 재정적 부담 없이 몸집을 부풀리고 나서면서 전세계 항공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미국발 중동 노선을 모두 단항했던 미국은 올해 들어 뉴욕~두바이 노선만 운항을 재개했다.
허종식 의원은 “항공협정은 한번 개정되면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되돌리기 어렵고, 매년 그 피해가 누적되는 만큼 UAE 측 운항 횟수 증대 요구를 받아들여선 안 된다”며 “항공협정은 양국 간 항공수요에 기반한 호혜적 권리 교환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UAE의 공급력 증대 요구에 앞서 국적사 피해 최소화를 위한 보호조치를 확보해야만 양국 항공회담에서 모두 ‘윈윈(win-win)’ 가능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