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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자수첩]선물로 뭐가 좋을까?

왕십리 맛집 송희네 생선 강추

 

아침에 눈을 뜨면 바닷 바람에 실려온 비릿한 생선 냄새부터 맡았던 곳에서 살았다. 마을 사람들이 중선배라는 대양으로 오고갈 수 있는 배를 갖고 있는 덕분으로 진기한 생선들도 많이 구경하고 맛도 보았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선물을 할 때는 생선이 먼저 떠오른다.

왕십리에 있는 송희네 생선집으로 향했다. 서울시 성동구 행당1동 298-34에 위치한 왕십리 송희네 생선집은 조선시대에 궁궐로부터 십리 떨어진 곳이라 하여 붙여진 지명이다. 우후죽순처럼 치솟는 아파트단지 사이로 단층건물이 늘어선 행당시장이 자리한다. 시절은 변했지만, 시장 곳곳에서 소박한 사람들의 삶을 마주할 수 있었다.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니 반가운 송희네 생선 간판이 보인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주인장이 참 살갑게 손을 맞이한다. 구들장처럼 따뜻한 자리로 안내하며 몸을 덮히라며 따뜻한 차 한잔을 내놓는다. 모든 음식은 주인장의 정직과 정성이 좌우된다. 여기에 푸짐한 인심이 더해진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주문한 상품외에도 금방 구워낸 고소한 수제 김구이와 호박으로 숙성시킨 돼지갈비를 서비스로 내어준다. 그 따뜻한 마음에 추운 겨울날 방안 아랫목, 사각 꽃보자기에 덮인 아버지의 밥 그릇이 떠올랐다. 미리 생선을 주문해놨던 터라 박스 안에 생선이 정갈하게 포장되어 있었다. 돔.병어.서대.조기.능성어.민어.갑오징어.문어.농어.양태.참가지미로 생선을 고루고루 맛볼 수 있게 구성해놨다.

송희네 생선을 운영하는 박송희 대표는 나와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다. 그래서 그런지 생선을 보는 안목 이 높고, 손질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어떤 생선을 고르고, 어떻게 손질하고 말리느냐에 따라 맛은 천차만별이 된다. 포장이 되어 있어 안을 들여다 볼 수 없었지만, 미리 사진을 찍어두어 고객에게 내보이는 세심함까지도 맘에 든다.

저녁 고깃집 모임에서 회원들에게 생선을 가져갈 수 있도록 소분하고 있는데, 그곳에 모인 사람들도 고흥 사람들이라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꼴이 되었다. 다들 미식가에다 생선에는 나름 이력이 있고, 물리도록 생선을 먹어본 사람들이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알아서 구울 것과 삶을 것을 구별하고 분류한다. 고기를 굽던 숯불에 갑오징어와 서대를 굽고 문어는 주방에 양해를 구하고 삶아냈다.

방금전까지도 배부르게 고기를 먹어서 후식을 먹지 못 하겠다던 사람들이 보릿고개에 몰려드는 각설이들처럼 생선구이로 달려든다. 모두가 이견없이 엄치척을 치켜 세운다. 생선을 다 꺼내놓고 금액을 말하니 다들 놀란다. "이렇게 좋은 생선을 이 가격에 주면 망하겠네. 손님이 주인을 걱정해야 하는 생선집이다. 가성비까지 좋으니 선물로 이만한 게 없겠다 싶다. 회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직원 다섯명이 구울 만큼 많이 팔린다는 고소한 수제 김구이로 밥 한공기를 또 비워냈다.

다음날 호박에 숙성시킨 돼지갈비를 해동을 해서 맛을 보았다. 색깔과 고기질도 좋고 맛도 기대 이상이다. 안전성과 위생관리인증인 해썹(HACCP)까지 받았으니 품질은 말할 필요가 없다. 건어물만 잘하는 집인줄 알았더니 돼지갈비도 잘한다. 왜 사람들이 행당동 맛집이라 하는지 알 것 같다. 앞으로 지인들에게 돼지갈비를 선물하는 것을 고려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