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한 참이던 8월초, 6.25전쟁때 남편을 잃고 평생을 혼자 살아온 전몰군경유족 어르신을 찾아뵈었다. 열여덟 어린 나이에 시집을 왔는데, 4개월만에 남편이 6.25전쟁에 참전해서 전사했다고 하셨다. 헤아려보니 혼인만 했을뿐 남편도, 자식도 없이 외롭게 지내온 시절이 68년이었다. 그 긴 시간이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지 마음이 아파 주름진 어르신의 손을 한참을 잡고 있었다. 어르신은 그래도 요즘은 나라에서 잘 돌봐주고 있어서 살기 편해졌다며 오래 살고 싶다고 웃음을 지어보였다.
어르신은 거동이 불편한 독거 노인으로 서울지방보훈청에서 ‘보훈재가복지서비스를 지원받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씩 보훈섬김이가 어르신 댁으로 방문해서 청소, 세탁, 심부름, 말벗 등 일상생활을 지원해주고 있는데, 어르신은 혼자는 간단한 장보기도 어렵고 대화할 사람도 없어 일주일에 두번 보훈섬김이가 오는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고 했다. 지난 6월에는 현충원에 안장된 유공자분 참배를 가고 싶었는데, 거동이 불편해 혼자는 갈 수가 없어서 보훈섬김이에게 넌지시 부탁을 했더니, 보훈섬김이가 근무하지 않는 토요일임에도 기꺼이 현충원까지 동행해 주었다고 했다. 서로를 딸처럼 의지하고, 친부모처럼 돌보는 모습이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서는 보기드문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국가보훈처에서는 고령 국가유공자 및 유족의 건강하고 영예로운 노후생활을 위해, 2007년 8월 5일 이동보훈복지사업 브랜드 ‘보비스(Bohun Visiting Service)’를 제정해서 선포하고, 찾아가는 ‘보훈재가복지서비스’ 등을 지원하고 있다. ‘보훈재가복지서비스’는 상이처 또는 노인성질환 등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65세 이상 저소득 독거 또는 부부세대 국가유공자(유족) 댁으로 보훈섬김이가 방문해서 가사, 편의, 우애 등 맞춤형 돌봄을 제공하는 제도이다.
서울지방보훈청에는 약 700여명의 고령 국가유공자(유족)이 보훈재가복지서비스를 통해 일상생활 유지를 위한 지원을 받고 있다. 더욱이 작년초부터 갑자기 닥쳐온 코로나19 위기로 어르신들이 집콕생활을 하면서 일상생활에 많은 제약이 있었지만, ‘보훈재가복지서비스’를 받으시는 어르신들은 보훈섬김이가 정기적으로 안부를 살피고, 일상생활 유지를 위한 기초반찬과 생필품, 코로나 우울증 예방을 위한 콩나물키우기 키트, 치매예방 키트를 지원하는 등 세심한 돌봄으로 슬기롭게 코로나19를 극복중이다.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사회에서 돌봄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와 국가가 함께 고민하고 대응해야 하는 과제일 것이고,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국가유공자 및 유족의 돌봄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해야 할 것이다. ‘보훈재가복지서비스’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발전하여 고령 보훈가족의 영예롭고 편안한 노후생활에 기여하기를 기대하며, 나아가 많은 국가유공자와 유족이 소외되지 않고 고르게 지원받을 수 보훈정책이 펼쳐지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