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냉철한 판단을 내리며 응급 수술을 집도하는 신경외과 의사는 차갑게만 그려진다. 하지만 현실에선 환자를 아들처럼 돌봐 얼어있던 보호자의 마음을 녹이고 기부를 끌어내는 따뜻한 신경외과 의사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경외과 김범태 교수다. 김 교수는 지난해 9월 뇌출혈로 쓰러진 오 씨(남, 37)를 수술하고 수시로 회진을 돌며 상태를 살피고,오 씨 어머니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 용기와 희망을 줬다. 이미 아들이 고등학생 시절 모야모야병으로 한 차례 큰 수술을 받아 마음고생을 했던 오 씨 어머니는 김 교수의 말 한마디와 미소가 큰 힘이 됐다.
오 씨 어머니는 “아들을 정성껏 돌봐준 김범태 교수님께 보답할 길을 찾다가 순천향대 부천병원에 500만 원을 기부했다. 나도 형편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우리 아들처럼 젊은 나이에 병에 걸린 환자들이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며 기부 계기를 밝혔다.
오 씨가 기부한 의료 후원비 500만 원은 2명의 30대 모야모야병 환자에게 각각 250만 원씩 전달됐다.
두 환자는 8월 중순에 김범태 교수에게 뇌혈관 수술을 받았다.
두 환자 중 김 씨(여, 30)의 사연도 특별하다. 김 씨의 어머니가 지난 7월 김범태 교수에게 대뇌동맥류 코일색전술을 받았다. 김범태 교수는 어머니를 병문안 온 김 씨가 손에 힘이 없어 물건을 자주 떨어뜨린다는 얘기를 듣고 검사를 권유했다. 검사 결과,모야모야병이 많이 진행된 상태라 긴급 수술을 진행했다.
환자 김 씨는“김범태 교수님이 아니었다면, 모야모야병인지도 모르고 살다가 자칫 목숨을 잃을 뻔했다. 환자와 보호자의 말을 흘려듣지 않고 관심을 가져주신 덕분에 병도 발견하고, 의료비 후원까지 연결해주신 따뜻한 의사 선생님이시다. 김 교수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의료비를 후원해주신 분께도 감사드리며,저 또한 건강을 되찾으면 다른 사람을 도우며 살겠다”고 말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경외과 김범태 교수는“‘내가 환자 또는 환자 가족이라면?’이라는 생각으로 환자와 보호자를 살뜰히 챙겼을 뿐이다. 무엇보다 환자들이 건강을 되찾고 가족과 사회로 돌아가는 모습에서 보람을 느낀다”며 정신없이 돌아가는 의료 현장에서 따뜻한 마음을 베푸는 비법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