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더불어민주당이 정보통신망법과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허위·조작 정보로 인한 시민의 피해를 막겠다는 취지지만, 법안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권력에 대한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표현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훼손할 '독소조항'들이 가득하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언론의 자유를 입법의 이름으로 규제하려는 시도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권력을 향한 혀를 묶는 '징벌적 손해배상'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포함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다. 허위 보도에 대해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 책임을 지우겠다는 것은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매체나 1인 미디어에게는 사실상 '입을 닫으라'는 압박과 다름없다. 특히 권력층이나 대기업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의혹 제기를 막기 위해 거액의 소송을 남발하는 '전략적 봉쇄 소송'의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진실을 밝히려는 탐사 보도가 소송의 공포 앞에서 위축될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알 권리를 박탈당한 국민에게 돌아간다.
주관적 잣대로 휘두르는 '허위'의 칼날
무엇이 '허위'이고 '조작'인지에 대한 기준이 극히 모호하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복잡한 권력형 비리나 사회적 갈등 사안은 초기 단계에서 모든 사실관계가 명확히 드러나기 어렵다. 추후 수사 결과가 보도 내용과 일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징벌적 배상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기자들은 확증이 생길 때까지 침묵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비판적 여론 형성을 원천 봉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사설·칼럼까지 겨냥한 반론권, '비판 정신'의 거세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사설과 칼럼까지 반론 보도 청구 대상에 포함하려는 것은 언론의 논평 기능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처사다. 팩트(Fact)를 다루는 기사와 달리 사설은 언론사의 주관적 가치판단과 논조가 담긴 영역다. 여기에까지 기계적 중립을 요구하며 반론권을 강제하는 것은 언론의 사상적 독립성을 침해하고 사회적 공론장을 메마르게 할 것이다.
언론의 자유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다.
미 국무부가 이번 법안에 대해 '비관세 장벽'이자 검열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국제 기자 단체들이 일제히 비판 성명을 내는 이유를 민주당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악의적 오보에 의한 피해 구제는 현행법 체계 내에서도 충분히 강화할 수 있다. 굳이 언론의 숨통을 조이는 과도한 규제법을 밀어붙이는 저의가 '불편한 보도 차단'에 있는 것은 아닌지 국민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 민주당은 민주주의 후퇴라는 역사적 오명을 남기지 않도록 해당 법안들을 즉각 폐기하거나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마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