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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논평] 페미니스트니까 금메달 반납하라는 한국 사회, 누가 만들었나 

 

최근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가 금메달을 따고 여론의 관심을 받으면서 여성혐오적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안산 선수에 대한 혐오 발언과 공격을 일삼고 있다. 그들이 안산 선수에 가하는 공격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숏컷을 했다. 페미니스트다.”, “숏컷에 여대까지. 페미니스트가 확실하다.”, “‘웅앵웅’, ‘오조오억’등의 표현을 썼어? 남성 혐오다.”, “안산은 금메달 반납하고 사과해야 한다.” 

 

 ‘숏컷이라서’, ‘페미니스트라서’ 공격의 대상이 되는 것은 2021년 한국사회의 만연한 혐오와 차별을 보여주고 있다. 페미니즘의 정의를 ‘남성혐오’라 왜곡하고, 특정 외모표현(숏컷)을 가지고 페미니스트라고 낙인찍고 억압하려 하며, 성차별적인 괴롭힘을 일삼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나오는 억지 주장과 생트집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지난 몇 개월 동안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이 지금의 사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기업, 국가기관, 정치권, 언론들이 억지 주장에 동조하고 이를 이용한 결과, 여성 개개인에 대한 폭력이 난무하게 되었다.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와 같은 정치인들은 지난 4월 재보궐 선거 여론조사 결과에 나타난 20대 남성의 투표 행태에만 주목하고 연일 반페미니즘을 내건 발언을 하며 성평등 정책을 흔들고 공론장을 어지럽혔다. 정치권이 나서서 젠더정책을 ‘여성우대정책’으로, 페미니즘을 ‘남성혐오’로 왜곡하는 동안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는 홍보물 이미지에 사용된 특정 손가락 모양이 ‘남성 혐오’의 상징이라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의 주장은 다시 정치인들에 의해 옹호되었고 경찰청, 국방부, 전쟁기념관은 ‘말도 안되는 문제제기’라 반박하는 대신 사과를 하고 이미지를 교체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어떤 사태를 마주했는가. 

 

 이 온라인 괴롭힘은 안산 선수 개인뿐만 아니라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페미니스트 여성 전체를 위협하는 일이다. 남초 커뮤니티는 언제든지 여성들을 공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여성의 자기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정치·사회·문화·체육·예술 활동 등을 위협하고 있다. 온라인 일부 공간에서 남성이 자기 위안과 유희의 도구로 페미니즘 탓하고 공격하는 것을 정치가 이용했고 사회가 받아준 결과이다. 

 

여성혐오 정서를 적극적으로 조장하여 제1야당의 대표가 된 정치인과, 여성혐오를 시대 흐름으로 오인하고 이들의 표를 얻기 위해 ‘나는 페미니스트 아니야’, ‘나는 페미니즘 반대해’, ‘젊은 남성들이 공정한 사회 만들어야지‘라고 열심히 주장했던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은, 지금 이 사태에 어떻게 답할 것인가. 

 

 합리적 사고와 상식이 통하는 사회, 성별·성적지향·성별정체성·나이·학력·직업·장애 등 그 어떤 것도 차별의 사유가 되지 않는 사회, 어떤 정체성을 갖든 동등한 시민으로서 정치적·사회경제적·문화적 권리를 향유하고 참여할 수 있는 사회. 바로 그런 사회가 기성정치인들이 말로만 뇌까리는 '민주주의 사회'의 실체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사회로 한 발 한 발 견인해야 하는 역할이 바로 정치에 있다. 

 

 페미니즘에 대한 왜곡된 낙인과 여성혐오의 확산 책임은 여야 정치인 모두에게 있다. 여성혐오를 포함해 소수집단에 대한 혐오에 기생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정치를 멈추고 이 사태에 대해 제대로 응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