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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욱의원.프랑스에선 되는데 한국은 안 된다?

국정과제 ‘한국형 체크바캉스제도’ 1년 만에 폐지

[김영준기자]매력이 넘치는 나라 프랑스, 부러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직장인 휴가제도도 그 중 하나다. 휴가를 뜻하는 바캉스(vacance)는 1936년 6월 20일 프랑스 의회가 ‘바캉스법’이라 불리는 직장인 유급휴가제도를 세계 최초로 통과시킨 것과 연관이 있다. 당시 프랑스는 대공황의 여파로 경기침체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사시사철 열심히 일하는 직장인들에게 1년 52주 가운데 적어도 2주는 쉴 수 있도록 휴가를 보장함으로써 소비를 늘리고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시간에 대한 과감한 발상의 전환’에서 그 돌파구를 찾은 것인데,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후 휴가기간은 1956년 3주, 1969년 4주, 1985년 5주로 늘었고 무엇보다 부러운 것은 이 휴가를 예외 없이 100% 다 사용한다는 점이다.

 

1년 평균 14일 남짓 보장받는 연차휴가를 8일밖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2014년 고용노동부 통계) 우리나라 직장인들로서는 꿈같은 이야기이지만, 프랑스는 이걸로도 부족하다며 직장인이 휴가를 더 즐길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창의적인 정책을 추가해왔다. 대표적으로 1982년 도입한 체크바캉스((Che‘que-Vacances)제도가 있다. 직장인의 국내여행 촉진을 목표로 근로자와 기업이 국내여행 경비를 공동분담하고, 가입근로자에게는 관광시설 할인 및 우선이용 권리 등의 혜택을 주는 제도이다.

 

프랑스의 체크바캉스 가입 근로자는 2013년 기준으로 약 400만명으로 프랑스 인구의 약 6%에 달하며, 가족 단위 이용을 포함하면 인구의 15%에 달하는 1,000만명 이상이 이 제도를 활용하여 국내여행을 즐기고 있다. 휴가를 보장하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휴가가 여행과 관광으로 이어지게 함으로써 관광산업의 발전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2013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140대 국정과제의 하나인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국정과제 81번)의 추진계획에 ‘한국형 체크바캉스제도(프랑스 근로자 여행장려제도) 도입 추진’을 포함시키고 2014년 이를 실행에 옮겼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신규 국내관광 수요층 발굴과 관광소비 창출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시범 실시에 들어간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근로자(20만 원)와 소속 기업체(10만 원)가 각각 적립한 분담금에, 관광공사에서 여행경비 일부(10만 원)를 보조하여 확정된 여행적립금(총 40만 원)을 활용, 중소기업 근로자가 국내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한 전용 온라인 사이트를 오픈하고 문체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등 부처간 업무협의와 내부 운영위원회, 선정위원회를 만들었으며, 정책만화 신문광고 등 홍보를 통해 참여기업체를 모집하였다.

 

그렇다면 제도가 운영된 실상은 어떠했을까.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병욱 의원이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체크바캉스에는 252개 기업체 5,540명이 신청하여 180개 업체 2,526명이 지원을 받았다. 기업체는 모두 중소영세업체로 참가한 근로자 수가 50명 이상인 기업체는 11개에 그쳤고 10명 이하가 123개로 6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분담금 조성 현황을 보면 근로자 약 5억원, 기업체 2억5천만원, 정부 지원금 2억5천만원이었다. 이렇게 조성된 10억원 중 연 내에 지출하지 못한 경우를 제외하고 국내여행과 여가활동 1만3,877건에 8억원이 사용되었다. 구체적으로는 숙박 5,101건에 3억원, 캠핑 186건에 1억3천만원, 레포츠 444건에 3천만원, 기타 국내여행 8,146건에 3억5천만원, 기타 1억원 등이다.

 

2014년 6월에 실시한 중간평가 때만 해도 한국관광공사는 이 제도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였다. 즉 △ 정부 지원금 이외에 5.4배의 국내관광 소비를 창출하고 △ 참여 근로자의 평균 국내여행일수가 2.7일로 국민평균 1.8일 보다 높아 국내여행 증가에 기여하며 △ 참여자의 66.8%가 가종동반 형태로 여행을 즐기고 있어 가족관광 기회를 확대하였으며 △ 참여자의 79.6%가 이 사업에 대해 만족을 표하는 등 중소기업 근로자의 휴가여건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한 것이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한국관광공사는 김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체크바캉스제도는 2014년 시범사업 후 폐지’되었다고 밝혀 이 제도가 시범 실시 1년 만에 전격 폐지된 것으로 드러났다.

직장인들의 휴가와 여행을 지원하기 위해 멀리 프랑스에서 ‘수입’해온 선진제도가 시범사업 1년 만에 없던 일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관광공사 측은 △ 근로자 휴가지원사업에 대한 공감대 형성 및 휴가지원 프로그램 부족 △ 기업 참여를 위한 유인책 부족 △ 포인트 사용처 제한, 절차 복잡성 등 이용 불편 △ 중소기업 도산과 잦은 이직률로 근로자 참여율 저조 등 4가지 이유를 꼽았다. ‘취지는 좋으나 준비가 부족’했고 휴가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같은 사회적 분위기도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도 폐지 1년이 시행착오를 평가하고 원인을 밝혀 재추진할 계획도 세우지 않고 있다. 이로서 박근혜 정부가 의욕적으로 국정과제로 추진한 직장인 휴가 사용 촉진, 국내관광 활성화 정책은 반짝 이벤트로 끝나고 만 것이다.

 

김병욱 의원은 “문체부가 추진하는 여가, 문화, 관광 활성화 사업 대부분이 막대한 예산만 쓰고 별 성과가 없는 원인은 국민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직장인이 보장된 휴가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벤트식으로 한 번 해보고 안 되면 만다는 식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구체적인 평가를 통해 직장인이 처한 구체적인 현실에 정확히 들어맞도록 정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