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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신고 마쳤더라도 이럴 땐 혼인무효 될 수 있다.

혼인신고 마쳤더라도 이럴 땐 혼인무효 될 수 있다.

[김세연기자]대학생인 A씨(21세, 남)는 만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B씨(20세)와 결혼식은 물론이고 살 집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혼인신고를 했다. 두 사람은 1주일도 안 되어 다툼 끝에 결혼 생활을 그만두기로 했다.

6년 이상 경계성 인격장애와 양극성 장애로 병원에서 입원·통원치료를 받던 C씨(34세, 여)와 3년 전부터 째 조울증으로 병원에서 입원·통원치료를 받아오던 D씨(28세, 남)는 같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서로 알게 되었다. 두 사람은 정신병동에 입원하지 않기 위하여 결혼식을 치르지 않은 것은 물론 양가부모에게 알리지도 않고 혼인신고를 했으나, 곧 가족들에게 들통났다.
                 

같은 대학에 재학중이던 친구 사이인 X씨(37·여)와 Y씨(36·남)는 5년 정도 동거를 했다. 같은 곳에 살면서 월세를 아낄 목적으로 시작된 동거였는데 두 사람은 이사를 갈 때마다 주민등록도 함께 옮겼다. Y가 전문자격증 시험에 합격한 후 회사에 입사하여 연수과정에서 문제가 되었다. 회사 고위 임원은 전문직업인으로서 품위를 손상시키지 말고 주민등록상 동거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 X와 관계를 정리하라는 충고를 받고, Y는 X에게 고민을 털어놨고 인생이 걸린 문제라고 생각한 X의 배려로 두 사람은 혼인신고를 하였다. 그러나 X는 곧 잘못한 결정이라고 후회했다.

혼인무효 소송은 서울가정법원에서만 매년 300건 정도 되지만 법원에서 혼인 무효가 받아들이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 기각된다. 우리나라는 혼인신고를 함으로써 혼인이 성립하는 법률혼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충분한 증거 없이 혼인을 번복하면 법 근간이 흔들린다는 것 때문이다. A씨와 같이 혼인신고 후 단순히 변심을 한 경우에는 혼인무효 사유가 되지 않는다.

혼인무효 사유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당사자 사이에 사회 관념상 부부라고 인정되는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할 의사가 결여됐다면, 법률상 부부라는 신분관계를 설정할 의사는 있었다고 하더라도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것이어서 결혼을 무효로 봐야 한다”고 판시해 왔다.

부산가정법원에서 최근 C씨와 같은 사안에서 “두 사람의 혼인신고는 참다운 가정을 꾸리려는 혼인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무효"라고 판결했댜.

한편, X씨와 같은 사례 서울가정법원의 1심과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1심에서는 "X씨와 Y씨가 비록 친한 친구 사이였다고는 하나 5년 이상 같은 주거지에 살며 주민등록도 함께 하고 X씨가 Y씨의 취업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자신의 동생을 증인으로 기재한 혼인신고서를 직접 관공서에 제출하여 주기까지 한다는 것이 쉽게 수긍되지 않는다"면서 혼인무효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취업을 위하여 강박감에서 거짓으로 혼인신고를 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보이고 성관계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등 참다운 부부관계를 설정하려는 의사가 없음에도 단지 취업을 돕기 위한 방편으로 혼인신고에 이르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둘 사이의 혼인신고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혼 전문 엄경천 변호사(법무법인 가족)는 “법률혼주의를 취하는 우리나라 혼인제도 아래서는 일단 혼인신고가 적법한 절차를 밟아 이뤄진 이상 당사자 사이 합의에 따른 것으로서 추정되기 때문에 혼인신고를 할 때 신중해야 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국제결혼이 증가하면서 진정한 혼인의사 없이 국내에 입국할 목적으로 혼인신고를 하고 국내에 입국한 후 잠적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런 경우에도 배우자 일방이 처음부터 혼인의사가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가정법원의 실무를 보면 위장결혼이라는 이유로 형사처벌(형법상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죄)을 받은 경우 등 예외적으로만 혼인무효 사유를 받아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