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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자녀 사이, 계약이 필요해

부모와 자녀 사이, 계약이 필요해

(차덕문 기자)결혼 전 지인은 결혼 후 부모님에게 매달 용돈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결혼 후에도 친정에 용돈을 드리려면 결혼 전부터 부모님에게 용돈을 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남자친구도 없던 시기에 어떻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나 싶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 지인은 야무진 효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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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위와 같은 효심도 각박한 경제 사정 속에서는 맥을 추지 못한다.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으며 노후를 책임지겠다고 약속한 자녀의 마음은 진심일 것이다. 재산을 증여받기 전에도 부모와의 관계가 우호적이었을 것이고, 재산을 증여받은 후에는 효심이 더욱 솟을 것으로 예상했을지 모른다. 부모 또한 자녀를 돕는다는 생각에 자녀를 믿고 재산을 내 놓았고, 나쁜 결과는 설마 하는 마음에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설마 했던 나쁜 결말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내 자식이 이럴 수가’라고 통탄하는 부모들은 자녀들을 상대로 부양료 심판 청구를 한다. 대법원 통계에 의하면, 빈곤한 부모들이 자녀를 상대로 부양료 심판 청구를 한 수가 2003년 127건에서 2013년 250건으로 10년 만에 두 배 로 증가했다. 그 중에는 부모가 재산을 증여한 후 제대로 부양을 받지 못해 궁여지책으로 부양료 심판 청구를 한 사안도 포함된다.
최근 대법원은 부모 부양을 조건으로 재산을 증여받은 자녀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때는 그 증여받은 재산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위와 같은 판결은 최근의 각박한 인심과 맞물려 사람들 사이에 널리 회자되지만, 실제 위 판결이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상속 전문 엄경천 변호사(법무법인 가족)는 “부담부 증여를 한 경우 증여받은 쪽이 부담을 이행하지 않으면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민법에 규정되어 있다”면서 “다만 부담부 증여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증여계약을 서면으로 작성해야 하는데, 대법원에서 문제가 된 사안에서는 각서가 있었기 때문에 민법 규정에 충실한 판례”라고 지적했다.


자녀에게 부득이 생전에 재산을 증여해야 한다면 서면으로 증여와 그 조건(부담)을 명시해야 가족 사이 신뢰에 금이 가는 불행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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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떠나, 부모가 자신의 노후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세태는 없어야 한다. 불가피하게 자녀를 도와야 한다면, 부모와 자녀 사이에도 이제는 계약이 필요한 시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