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일보 김선호 기자】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국회 심사 과정에서 '민생'이라는 본래 취지를 벗어나 이벤트성 사업, 졸속 공약 사업, 그리고 심각한 지역 차별 논란에 휩싸이며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0조 원 규모의 이번 추경은 '국민을 위한 민생 예산'이라는 정부의 설명과는 달리, 혈세 낭비의 총집합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예결소위 소속 김승수 의원(국민의힘, 대구북구을)은 이번 추경 심사에서 민생경제와 무관한 이벤트성 사업들이 대거 추가 편성됐다고 밝혔다.
특히 논란이 되는 사업은 한강 작가·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상 수상 기념행사(6억원)와 국제청년포럼 대규모 콘서트 'Unite4Peace'(40억원), 한‧중 대학생 3X3 농구 페스티벌(3억 5000만원) 등이다.
김 의원은 "한강 작가 기념행사의 경우 광주시조차 작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광주를 한강의 도시로 소비한다'는 비판을 받아 전액 삭감했던 사업"이라며 "이번 추경에서 작가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행사를 밀어붙인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40억원이 증액된 'Unite4Peace 콘서트'는 구체적인 행사와 재정집행 계획서 없이 상임위 논의 과정에서 증액된 것으로 알려져 예산 집행의 투명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대선 공약이라는 이유로 급조된 사업들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표적으로 어르신 스포츠 이용료 지원 사업은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태권도장, 키즈카페, 북카페 등을 사용처로 검토하는 등 졸속으로 편성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 의원은 "지자체와 사전 협의가 없어 집행 부서와 지자체의 사업 추진 부담이 크다"고 우려했다.
또한 예술인 복지금고 사업(2010억원 증액)은 예술인 복지 증진을 위한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현재 연구용역 추진 단계에 불과하며 어떤 조직이 어떻게 담당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 없이 급하게 편성돼 예산 낭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추경 심사에서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부분은 바로 '지역 차별'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적극 추진을 약속했던 대구‧경북 지역의 대표 국책사업인 영일만대교 건설 예산 1821억원이 전액 삭감되고, 남부내륙철도 예산 500억원(42.1%)이 대폭 삭감된 반면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건설 예산 715억원과 전남 호남고속도로 1000억원 등은 추가 편성되며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김승수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은 '이제는 돈을 쓸 때'라며 민생을 위한다더니, 정작 정부와 여당은 이벤트 행사, 지역 민원, 졸속 공약사업들로 가득하다"며 "특히 대구‧경북 지역 국책사업은 대폭 삭감하면서 광주‧전남 지역 사업은 추가 증액하는 등 명백한 정치적 차별로 지역 간 형평성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더욱이 정부 추경안에는 국적조차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외국인 2000명의 채무 182억원을 탕감하는 항목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져 '국민 역차별' 논란까지 불거졌다.
김 의원은 "이번 추경이 국민을 위한 민생 예산인지 국적 불명 외국인의 선심성 복지 확장인지 지적을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지난 코로나19 이후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국내 스포츠 기업의 민간 융자금 지원 예산은 843억원이 삭감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저금리 대출이나 이자 보전 등과 같은 추가 금융 지원은 마련하지 못한 채 오히려 융자금 지원이 삭감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는 지적이다.
김승수 의원은 "20조 원에 달하는 적자국채를 발행하며 추진한 이재명 정부의 추경이 민생을 살리기는커녕, 국민의 피와 같은 혈세를 허공에 뿌리는 결과가 될 수 있다"며 "향후 예결위 심사 과정에서 특정 지역의 쏠림이나 정치적 보은성 예산 편성이 없도록 꼼꼼하고 날카롭게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