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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철학이 있는 통일1]왜? 무엇을 위해 통일해야 하는가?

1945년 광복과 함께 한반도는 남과 북으로 분단되면서 각기 다른 두 체제가 들어서, 서로 적대적 관계가 되었다. 광복은 '또 다른 비극'의 시발이었던 셈이다. 북한에 진주한 소련군은 먼저 삼팔선 이남과의 통행과 통신, 통상을 차단했다. 남한지역에 미군이 아직 진주하기도 전이었다. 북한지역을 점령한 소련군은 해방된 지 6개월도 채 안된 1946년 2월 8일 북한만의 '북조선 림시인민위원회'라는 '사실상의 단독정부'를 수립하고 김일성을 수상 격인 위원장에 앉혔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기 2년 6개월 전에 북한지역만의 단독정부가 세워진 것이다.

 

이제 남북분단의 비극을 해소하고 통일을 이루어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 정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남북통일을 바라는 기대는 높지만,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에 바탕한 방법론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통일한국을 달성하는 방법론과 절차는 먼저 '왜 통일이 필요한가? 통일의필요성에 대한 기본정신은 무엇인가?'와 함께 '통일한국의 미래상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서 출발해야 한다.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기본적인 정신은 무엇인가? 그것은 두 말 할 나위도 없이 통일한국의 구성원인 남북한 전체 주민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획득하고 자유와 행복을 평등하게 추구할 수 있는 국가공동체를 창조하는 것이다. 이것은 대한민국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헌법은 이러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국민주권주의, 국민의 기본권 보장, 자유민주주의와 사회복지국가의 원리, 법치주의와 권력분립의 원칙, 국제평화주의, 문화국가 원리 등을 헌법의 기본원리로 제시하고 있다.

 

남북분단을 극복하고 새로운 국가공동체를 형성하여 그 구성원인 남북한 전체 주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자유와 행복을 평등하게 추구할 수 있는 통일국가를 구성하려면 우선 현실적으로 철학(이념)이랄지 군사력 문제 같은 여건이'조정(調整)'되어 남북 간에 '균형'을 이뤄야 한다.

 

지금 북한 주민들은 유아 시절부터 철저한 사상학습, 곧 전체주의 독재의 합리화를 위한 '허위의 프로파간다(propaganda.선동선전)과 이에 바탕한 교육을 통해 이성과 분별력을 잃은 채 세뇌되어 있고, 북한정권 또한 반인륜적 독재와 인권탄압과 횡포를 수단으로 하여 군사력 증강에 전력 질주하고 있다.

 

북한정권이 왜 이토록 핵과 미사일 등 군사력 증강에 집착하는가? 전체주의 세습 독재체제를 이어나가는 북한정권 특유의 통치행태에 대해 "누구든 이러니저러니 하면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는 일종의 '고슴도치 적' 자기방어다. "대북제재로 어렵긴 하지만 중국의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런 걸로 우리가 무릎 끓거나 죽지 않는다. 우리 식대로 갈 테니 물어뜯기고 싶지 않으려면 건드리지 말라"는 행태인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20년 현재 북한이 보유한 핵폭탄을 100여 개 안팎으로 추정한 바 있고, 지금도 북한은 핵.미사일 증강을 위해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 생산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레이더 탐지가 어려운 순항미사일을 1500km까지 날렸고, 유엔 결의 위반인 탄도미사일 성능 개량에도 성공했다. 북한이 이처럼 핵.미사일로 대표되는 군사력 증강과 도발을 계속함에 따라 대한민국 영토 전역이 북한 핵 공격에  노출되고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는 평화적인 통일은커녕 통일을 위한 담론조차도 꺼내기가 불가능하다. IAEA가 북한의 핵.미사일 및 각종 신무기 증강 전력질주에 대해 계속 경고를 하고 있는 까닭은 북의 이 같은 무모함이 비단 한반도 평화와 안전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동북아, 나아가 세계평화에도 위기의 근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현재 분단극복과 통일문제가 어렵게 된 책임을 전적으로 북한 측에만 돌릴 수는 없다. 한국사회에는 한마디로 통일에 대한 철학이 대단히 부족하다. 개인주의와 돈을 신(神)처럼 여기는 물질주의(物質主義), 각자도생(各自圖生)만 넘쳐날 뿐 통일에 대한 절실함과 대의명분, 곧 통일에 대한 철학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서 말하는 통일에 관한 철학이란 "왜? 무엇을 위해 통일을 해야 하는가? 어떤 꿈과 희망의 공동체가 된다"는 믿음, 곧 분명한 신념을 말한다. 그리고 이 같은 신념은 남과 북 주민 모두의 공통된 통일이념, 곧 통일철학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통일과정은 시간이 필요하다. 정치적 보복이나 책임을 묻는 일이 없어야 하고, 과도기적으로 김정은과 그 일파까지도 연합정부 형태로든 연방국체제로든 당분간은 용인되고 수용되어져야 한다. 그럴 때만이 비로서 통일에 접근할 수 있다.


 

 정 행 산 

<약   력>
고려대학교 영문학과.
詩人, 한국문인협회.현대시인협회.국제펜클럽 회원.
中央日報 경제부 차장, 中央情報部 서기관.
丁一權 총재(전 3군참모총장. 국무총리. 국회의장) 비서실장. 
李哲承 총재(전 신민당 당수. 당시 야당 대통령 후보) 비서실장.
京畿日報 논설위원.中部日報 논설실장. 경기매일신문 주필 겸 사장.
시민평화문화포럼(CPCF) 준비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