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일보 이정희 기자】 아이를 낳고 기르는 기쁨 뒤에는 막중한 책임과 끝없는 고민이 따른다. 특히 맞벌이 가구가 보편화된 현실에서 부모들이 가장 크게 맞닥뜨리는 난관은 바로 '돌봄의 공백'이다. 예기치 않은 순간, 혹은 일상적인 출퇴근 시간 속에서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곳'을 찾아 헤매는 것은 모든 부모의 숙명과 같다.

 

평균 연령 38세의 젊은 도시, 파주시는 이러한 돌봄의 고민을 시의 최우선 정책 과제로 끌어올렸다. 급증하는 젊은 세대의 돌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파주시는 보육 기반 시설을 대폭 확충하는 것은 물론, 법적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독창적인 모델까지 선보이며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올해에만 국공립어린이집 10개소와 다함께돌봄센터 11개소를 추가 설치하며 양적 성장을 이뤄낸 파주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파주형 다함께돌봄센터'로 법적 의무가 없는 지역의 돌봄 공백까지 메우고 있다. 또한, 야간이나 주말에도 긴급 돌봄이 가능한 '초등 시설형 긴급 돌봄' 사업을 확대하고, 공교육과 돌봄을 연계한 '파아랑학교', '늘봄 거점센터' 등 교육발전특구 특화사업까지 구체화하며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돌봄 환경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육아 최전선에 놓인 부모들의 사소한 걱정거리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파주시의 의지는 과감한 정책 혁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 신도시가 이끄는 젊은 도시, 54만 파주의 돌봄 수요 '폭증'

2022년 인구 50만을 돌파한 파주시는 꾸준한 인구 유입으로 올해 10월 말 기준 52만 명을 넘어섰으며, 외국인 거주자까지 포함하면 54만 명에 육박하는 대도시로 성장했다. 특히 파주시 인구 평균 연령은 43.3세로 전국 평균(45.6세)보다 젊고, 인구 유입을 주도하는 운정신도시 지역 거주자의 평균 연령은 38세에 불과할 정도로 젊은 층의 비중이 높다.

 

젊은 도시답게 돌봄 수요도 급증 추세다. 전체 인구 대비 맞벌이 가구 비중은 48.3%에 달하며, 영유아 및 초등학생 자녀 양육 세대인 30대와 40대의 맞벌이 비중은 각각 54.5%와 68.2%로 압도적이다. 공적 돌봄 시설의 양적 확대는 물론, 국가 차원의 일률적인 체계만으로는 해소하기 어려운 돌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세심한 정책 보완이 시급한 상황이다.

 

▷ 공공 보육시설 확충 총력... 국공립어린이집 3년 새 62% 증가

파주시가 가장 먼저 착수한 과제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공공 보육시설의 대폭 확대다. 시는 2022년까지 39개소에 불과했던 국공립어린이집을 지난해 10개소, 올해 10개소를 추가하며 불과 3년 만에 62개소로 늘렸다. 이에 따라 전체 보육아동 중 국공립어린이집 이용 비율도 2022년 19.4%에서 2025년 현재 29.74%까지 높아져 전국 평균 수준을 빠르게 따라잡았다.

 

 

■ 초등 돌봄 공백 해소, '파주형 다함께돌봄센터'로 사각지대 없다

영유아 돌봄 체계가 촘촘해지고 있지만,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의 방과 후 돌봄 공백 해소는 여전히 큰 난관이다. 정부 차원의 늘봄학교가 시행되었으나 전일제 운영 학교는 아직 드물고 참여 아동 수도 제한적이다.

 

▷ 5년간 62개소 목표... '파주형'으로 법적 한계 돌파

파주시는 초등 돌봄의 가장 효과적인 대안인 '다함께돌봄센터' 확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는 2029년까지 5년간 62개소로 순차적으로 확대하는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올해에만 11개소를 추가 설치해 2022년 11개소였던 센터 수를 3년 만에 26개소로 두 배 이상 늘렸다.

 

특히 주목할 점은 올해 개소한 11곳 중 7곳이 현행법상 설치 의무가 없는 시설이라는 것이다. 아동복지법상 500세대 미만이거나 입법 이전에 완공된 공동주택 등은 센터 설치 의무가 없어 돌봄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에 파주시는 법적 의무 대상이 아니더라도 무상 임대 가능한 공용 공간이 확보될 경우 시 예산으로 설치비와 운영비 전액을 지원하는 '파주형 다함께돌봄센터' 설치를 확대하는 해법을 찾았다. 시는 향후 5년간 파주형 센터 39개소 설치에 총 283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 심야·주말까지 책임지는 '초등 시설형 긴급 돌봄'

단순히 시설 수만 늘린 것이 아니다. 맞벌이 부부의 불안정한 출퇴근 및 야간 시간을 고려해 26개 다함께돌봄센터 중 8개소는 아침 7시부터 9시, 저녁은 8시부터 10시까지 탄력적으로 운영 시간을 연장했다. 또한, 지난해 7월부터는 심야 시간대, 주말, 공휴일에 긴급하게 돌봄이 필요한 가정을 위해 18개 시설을 연계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초등 시설형 긴급 돌봄' 사업도 운영 중이다.

 

 

■ 공교육 연계 특화 모델 '파아랑학교'와 '늘봄 거점센터'

파주시는 비자발적 돌봄 공백 아동을 해소하고 돌봄의 질을 높이기 위한 독창적인 정책 모델도 선보이고 있다.

 

▷ 파주형 유보통합 모델 '파아랑학교'

파주교육발전특구 시범 사업의 하나인 '파아랑학교'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거점 기관으로 지정해 영유아뿐 아니라 초등학교 저학년생까지 한 곳에서 교육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 '파주형 유보통합 모델'이다. 형제자매가 함께 돌봄을 받을 수 있고, 아침(7시~9시)·저녁(17시~20시) 돌봄을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어 맞벌이 부부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아이들에게 아침 간편식과 저녁 식사까지 제공되어 부모들의 시간적·정서적 부담을 크게 덜어주고 있다.

 

▷ 지역 맞춤형 '늘봄 거점센터'로 돌봄 프로그램 다양화

지난 10월에는 교하도서관 내부 공간을 활용한 '늘봄 거점센터'가 문을 열었다. 지역 기반 시설을 활용해 기존 돌봄 시설의 초과 수요를 해소하는 이 센터는 파주시의 출판문화산업단지 특성을 살려 교하도서관에 '책 문화'를 특화한 방과 후 돌봄 공간으로 조성되었다.

 

또한, 다문화 가구 비율이 높은 광탄면 신산초등학교에는 다문화 특화 돌봄센터를 조성 중이다. 다문화 학생 비율이 30%에 달하는 지역 특성을 고려해 기존 교실 3개를 새 단장해 내년 초 문을 열 계획이다.

 

파아랑학교와 늘봄 거점센터는 파주교육지원청과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공교육 연장선상의 방과 후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사교육 없이도 질 높은 교육 활동 참여가 가능해 학부모들의 경제적·정서적 부담을 동시에 덜어주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 아이의 행복이 파주의 미래, 돌봄 공백 최소화에 박차

돌봄 공백이 우려되는 모든 지점에 촘촘한 정책 수단을 안배하며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향한 파주시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아이가 즐겁고 행복하게 자라야 파주의 미래도 밝다"라며, "앞으로도 돌봄 공백 최소화를 위한 정책을 적극 발굴해 아동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힘쓰겠다"라고 강조했다. 누구나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박차를 가하는 파주시의 정책 혁신이 육아의 부담을 덜고 아이들의 미래를 밝히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