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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란수도 부산의 유산,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 선정… 근현대 유산 ‘첫 사례’로 국제무대 오른다

한국전쟁기 유산, 세계유산 절차 본격화
11개 구성유산 체계 정비·연계성 강화
국제사회가 인정한 ‘평화·연대의 가치’
부산시, 보존계획·연구·관리 대폭 보완
내년 7월 세계유산위원회 개최 도시로 도약

【우리일보 김지윤 기자】 부산, 피란수도 유산으로 세계유산 등재 첫 관문 통과

 

부산의 대표 근현대 문화유산인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이 국가유산청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에 선정되면서 세계유산 등재를 향한 핵심 절차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이는 2023년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 이후 3년 만의 성과이자, 국내 최초의 ‘근현대 유산’ 세계유산 등재 추진이라는 점에서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부산시는 이번 성과가 “부산이 경험한 전쟁기 피란의 역사와 국제연대의 경험이 세계시민적 가치로 확장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가유산청은 13일 열린 세계유산분과 회의에서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이 세계유산 등재에 적합한 서사구조, 유산 간 연계성, 체계적 관리계획을 갖추었다고 보고 우선등재 목록으로 선정했다. 선정 배경에는 작년 보류됐던 항목을 보완하기 위한 부산시의 적극적인 연구와 현장 검토, 구성유산 확대 등의 조치가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작년 보류 지적 사항 대폭 보완… 구성유산 11개로 확대

 

지난해 보류 결정의 핵심은 ▲구성유산 추가 필요 ▲연계성 부족 ▲보호·관리계획 미흡 등이었다. 부산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전문가와 함께 전면 재검토를 진행했고, 기존 9개 구성유산에 ▲영도다리(영도대교) ▲복병산배수지 등 2곳을 추가해 총 11개 유산으로 확대했다.
확대된 구성유산은 다음과 같다.


경무대(임시수도 대통령관저)

임시중앙청(동아대 석당박물관)

국립중앙관상대(부산기상청)

부산항 제1부두

영도다리(추가)

복병산배수지(추가)

아미동 비석 피란주거지

우암동 소막 피란주거지

하야리아기지(부산시민공원)

미국대사관 겸 미국공보원(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 구 동양척식주식회사)

유엔묘지(재한유엔기념공원)


시는 구성유산 간 연계성을 강화하기 위해 ‘피란수도’를 중심서사로 통합적으로 구성했고, 각 유산이 지닌 기능과 역사적 역할이 어떻게 전쟁기 대한민국의 국가 기능 유지에 기여했는지를 구조화해 재정리했다. 연구 또한 심화돼 부산연구원과 국가유산청의 연구협력사업을 통해 자료조사·현장기록·보존관리계획이 대폭 정비됐다.

 

국제사회가 인정한 ‘평화·연대·인류사적 가치’

 

유네스코 세계유산 심사의 핵심 기준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확보가 이번 선정의 주요 요인이었다.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은 한국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국가 기능을 유지한 유일한 사례일 뿐 아니라, 수백만 명의 피란민을 수용하며 도시의 사회·행정·생활 시스템을 재구성했던 인류사적 경험을 담고 있다.

 

특히, 부산은 전쟁 중 유엔군, 국제구호단체, 각국 외교공관과 협력하며 국가 유지의 중심 역할을 했고, 이는 국제사회가 공통으로 추구하는 ‘평화·연대’ 가치와도 직접 연결된다.
이 같은 서사는 현재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인류 공동가치로 인정되고 있어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 평가된다.

 

세계유산 등재 절차 본격 착수… 내년 7월 부산서 세계유산위원회 개최

 

우선등재목록 선정은 세계유산 등재 절차의 사실상 첫 심사 통과로, 앞으로 ▲유네스코 예비평가 ▲등재신청 후보 선정 ▲현지실사 등의 절차가 이어진다. 부산시는 내년 7월 부산에서 열리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를 중요한 계기로 보고 도시 전역에서 세계유산 관련 프로그램과 시민참여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국내 잠정목록 14건 중 올해 기준 우선등재목록에 오른 것은 양주 회암사지와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 두 건뿐이다. 이 가운데 근현대 유산은 부산이 유일하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국가를 지켜낸 도시”… 부산시의 의지

 

박형준 부산시장은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대한민국을 버티게 한 마지막 도시의 기록”이라며 “부산을 평화와 연대의 상징으로 알릴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민과 함께 역사적 가치를 지켜가며 세계유산 등재까지 차근차근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부산시는 구성유산별 보호관리계획을 지속 강화하고, 시민참여형 역사교육·답사 프로그램·국제협력 사업도 확대해 세계유산 등재 추진 기반을 넓혀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