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일보 이정희 기자】 올여름, 인천이 연극으로 깨어난다.
도시 전체가 무대가 되고, 시민 누구나 연극의 주인공이 되는 「제43회 대한민국연극제 인천」이 오는 7월 5일부터 27일까지 23일간 인천 전역에서 화려하게 펼쳐진다.
‘연극, 인천에 상륙하다’를 슬로건으로 열리는 이번 연극제는 전국 16개 광역시·도 대표 극단이 참여하는 ‘본선 경연’ <입항>을 비롯해, 창의적 실험이 돋보이는 소극장 축제 ‘제1회 인천 크로스떼아뜨르페스타’ <파란>, 청년 연극인의 창작 캠프 ‘네트워킹 페스티벌’ <돌풍>, 시민이 직접 무대에 서는 ‘제4회 대한민국시민연극제 인천’ <등대>, 세계 연극계와의 접점을 넓히는 국제교류 프로그램 등 6개 주요 프로그램과 5개의 부대행사 등 총 35여 회의 다채로운 공연이 인천 전역을 예술의 숨결로 채운다.

17년 만에 인천에서 다시 열리는 이번 연극제는 단순한 무대 공연을 넘어, 삶과 예술이 맞닿는 ‘시민 중심의 연극축제’로 기획됐다.
항구 도시 인천의 역사와 시간 속에서 축적된 예술적 가치를 담은 다채로운 공연과 문화 행사는, 시간과 지역의 경계를 넘나들며 관객에게 새로운 시선과 감각의 예술을 경험하게 한다.
◆개막식 ‘개항’, 인천 제8부두서 시공간을 가로지르다.
항구에서 출항하는 시간의 퍼포먼스로 구성된 개막식 <개항>은 7월 5일 인천 제8부두에 위치한 ‘상상플랫폼’에서 펼쳐진다.
아시아 최대의 곡물창고였던 이 공간은 연극적 상상력의 무대로 변신해,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다층적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100여 명의 시민이 참여하는 거리 퍼포먼스 ‘항구 사람들’을 시작으로, 은율탈춤, 장사익 선생의 애국가 제창과 축가, 마임 아티스트 고재경의 해학적 퍼포먼스가 이어진다.
이어, 본선 진출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다큐 영상 <항해>는 전무송 명예대회장의 내레이션으로 축제에 깊이와 품격을 더하고, 200명 규모의 대형 플래시몹 ‘바다의 교향시’는 도시와 관객을 하나로 잇는 장면을 연출한다.

◆본선 경연 ‘입항’, 전국 대표작 16편 인천 상륙
대한민국연극제의 핵심 프로그램인 본선 경연 <입항>은 7월 6일부터 25일까지 이어진다.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 서구문화회관 대공연장, 문학시어터, 청라블루노바홀 등 4개 극장에서 매일 저녁 각 지역 대표작이 관객을 만난다.
‘OFF THE WALL’이라는 슬로건 아래, 무대의 관습을 깨는 실험적 시도와 환경을 고려한 연출이 주목되며, 현대극, 고전 재해석, 지역 창작극 등 다양한 레퍼토리가 펼쳐질 예정이다.
◆소극장 축제 ‘파란’, 국제 창작 교류의 실험장
소극장 창작극을 선보이는 ‘제1회 인천 크로스떼아뜨르페스타’ <파란>은 7월 8일부터 13일까지 학산소극장과 인천수봉문화회관에서 진행된다.
국내 젊은 연극인들의 실험 무대와 일본 극단 THEATRE ATMAN의 초청 공연이 나란히 이어지며, 연극은 세대와 국경을 넘는 상상력의 공간으로 확장된다.
◆청년 캠프 ‘돌풍’, 150명의 청년 연극인 릴레이 무대
150명의 청년 연극인이 참여하는 네트워킹 페스티벌 <돌풍>은 인천대학교 송도캠퍼스에서 5박 6일간의 집단 창작 과정을 거쳐, 7월 19일 인천아트플랫폼에서 10개 팀의 릴레이 공연으로 결실을 맺는다.
‘한국 근현대 희곡의 재해석’을 주제로, 젊은 예술가들의 실험 정신과 무대 에너지가 응축된 특별한 무대가 펼쳐질 예정이다.
◆시민연극제 ‘등대’, 일상과 무대의 경계를 허문다.
‘제4회 대한민국시민연극제 인천’ <등대>는 7월 19일부터 26일까지 학산소극장에서 개최된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8개 시민극단이 일상 속 소소한 이야기부터 지역 공동체의 목소리까지 무대 위에 올리며, 연극의 문턱을 낮추고 관객과의 거리를 좁힌다.
이번 무대는 ‘누구나 연극할 수 있다’는 철학 아래, 시민이 직접 무대의 주인공이 되는 장면은 연극의 본질을 되새기게 한다.
◆부대행사 ‘순항’, 예술의 일상화와 세계 확장의 실험
연극제 기간 중 펼쳐지는 부대행사 <순항>은 연극을 무대 밖으로 확장해 시민의 일상 속으로 끌어들이는 열린 예술 플랫폼이다.
본선 공연장 로비에서는 박팔영 작가의 ‘연극인 크로키 전’이 상설 전시된다.
배우와 연출가, 스태프들의 생동하는 순간을 빠른 선으로 포착한 수백 점의 드로잉 작품은 무대 이면의 호흡과 감정을 담아낸다.
이와 함께, 홍보대사 배우들과의 토크콘서트 <도란도란>, 인천아트플랫폼 일대에서 펼쳐지는 거리공연 <북적북적>, 인천 지역 대학생과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소극장 공연 <넘실넘실>이 다채롭게 이어진다.
<순항>은 무대 안팎을 넘나들며 연극이 시민과 예술을 잇는 교차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열린 플랫폼이자 살아 있는 연극의 축제다.

◆국제교류 ‘새물결’, 세계와 연결된 연극의 지평
북마케도니아 연출가 데얀 프로이코브스키가 국내 배우들과 협업한 ‘북마케도니아 합동공연’(일렉트라 스토리)은 7월 26일 청라블루노바홀에서 두 차례 공연된다.
이어 7월 26일, 8개국 연극인이 참가하는 <2025 인천 국제연극포럼>에서는 ‘연극의 세계화를 위한 Chain/Festival과 정부의 역할’을 주제로 국제 협력과 제작 환경 변화에 대한 논의가 이어진다.
한국과 중국 간의 MOU 체결도 예정돼 있다.
「제43회 대한민국연극제 인천」 이제 항해를 시작할 모든 준비를 마쳤다.
16개 시·도 대표작은 무대를 밝힐 조명을 기다리고, 인천의 골목과 광장은 시민을 위한 공연의 막을 올릴 채비를 끝냈다.
삶의 이야기를 품은 연극은 이제 도시 전체를 무대로 관객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고, 인천의 여름은 그 무대 위에서 찬란히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