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일보 김선근 기자】 상가 임차인들이 권리금 회수 과정에서 임대인의 부당한 방해로 피해를 입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법적 대응이 임차인을 지킬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안전망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엄정숙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19일 “상가 임차인들이 자신의 권익을 지키려면 권리금 소송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며 “법정 다툼이 번거롭다고 포기하면 결국 더 큰 피해를 감수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권리금은 상가 영업을 통해 형성된 무형의 가치를 다음 임차인에게 넘기며 받는 대가로, 단골 고객이나 매출 기반이 대표적이다.
치킨집을 수년간 운영해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한 뒤 가게를 넘길 때 받는 ‘영업권 대가’가 바로 권리금이다.
하지만 최근 일부 임대인들이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을 거부하거나, ‘직접 운영하겠다’는 거짓 주장으로 갱신을 막는 방식으로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갑작스러운 임대료 인상이나 까다로운 조건을 추가해 협상 자체를 무산시키는 경우도 대표적이다.
엄 변호사는 “특히 코로나19 이후 경기 침체 속에서 일부 건물주들이 ‘장사도 안 되는데 권리금이 무슨 소용이냐’며 임차인의 권리를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임차인들은 인테리어 투자와 영업권 구축 노력에 대한 보상 없이 쫓겨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작은 상가라도 권리금은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며, 임차인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이에 따라 엄 변호사는 “권리금 소송에서 승소하려면 임대인의 방해 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 확보가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임대인과의 대화 녹음 파일, 문자메시지·카카오톡 대화, 부동산 중개업소와의 매매 시도 기록, 인근 상가 권리금 시세 자료 등을 철저히 수집할 것을 주문했다.
“평소 임대인과의 모든 소통을 기록으로 남겨야 법정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권리금 회수를 방해할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법원은 통상 권리금 감정평가액과 실제 계약 금액 중 낮은 금액을 기준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한다.
엄 변호사는 “소송 비용이나 시간 부담 때문에 권리금을 포기하는 임차인이 많지만 이는 잘못된 선택”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권리금 소송은 승소 확률이 높은 편이며, 변호사 비용도 승소 시 상대방에게 일부 전가할 수 있다”며 “법적 대응만이 임대인의 횡포를 막고 다른 임차인까지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임대인의 부당 행위가 확인되면 지체 없이 내용증명을 보내 대응 의지를 보여야 하며, 혼자 해결하려 하기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상가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권은 법으로 보장된 권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임대인의 갑질에 굴복해 권리를 포기하는 순간,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임차인 개인에게 전가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