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일보 김선근 기자】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대통령 직속 ‘문화강국위원회’가 대통령 선거 당시 캠프 인사들을 위한 자리 나눠주기용 위원회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기존에 유사한 기능의 콘텐츠산업진흥위원회가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또 하나의 ‘옥상옥 위원회’를 만드는 셈이라는 비판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승수 의원(국민의힘·대구 북구을)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가칭)문화강국추진위원회 구성안을 공개하며 “이 위원회가 사실상 대선 캠프 인사들에게 보은성 자리를 안겨주기 위한 정치적 기구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문체부는 해당 위원회를 “문화정책 전략 논의 및 자문을 위한 범정부·민관 협력기구”로 설명하며, “민간위원 참여 구조를 통해 문화적 상상력을 반영하고 전문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각 부처 장관들과 민간위원들을 위촉해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출범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이미 콘텐츠산업진흥위원회라는 범부처 민관 협력 기구가 존재하고, 실제로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해 다수 부처 장관들과 문화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며 “문화강국위원회는 기능이 중복된 불필요한 기구”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당시 K문화강국위원회를 설치하고,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이우종 전 경기아트센터 사장 등 측근 인사들을 주요직에 기용한 전례를 고려하면, 이번 위원회 역시 당시 선대위 인사들을 위한 제2의 선대위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에도 대통령 변호를 맡았던 인사들을 민정수석실 등 요직에 잇따라 기용해 보은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대통령 직속 위원회들이 친정부 인사를 위한 보은인사 창구로 전락하고 있다”면서 “문화강국위원회 역시 예외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문체부는 위원회 구성안에서 교육, 복지, 산업, 외교 등 8개 부처 장관과 민간 전문가 위원들을 포함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콘텐츠산업진흥위원회 역시 유사하게 13개 부처 장관과 민간 위원들이 이미 활발히 활동 중이다.
해당 위원회는 최근까지 총 8차례 회의를 개최했고, 지난해 6월에는 제3차 콘텐츠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내왔다.
김 의원은 “지난 5년간 문체부 산하 위원회 중 3개가 폐지되고, 운영 실적 저조로 11개 위원회가 폐지 또는 비상설화 추진 중인 상황에서 굳이 새로운 위원회를 신설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정책적 실효성보다 정치적 의도가 앞선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기능이 불분명한 위원회가 80여 개나 신설돼 식물 위원회, 거수기 위원회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며 “문화강국위원회가 대통령 측근을 위한 자리 나눠주기용으로 출범하게 된다면, 결국 또 하나의 예산 낭비성 위원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 위원회가 앞으로 어떤 인사로 구성되고, 실제 어떤 활동을 하게 되는지 철저히 감시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