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일보 김선호 기자】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을 주52시간제 예외로 하는 내용을 담은 반도체특별법이 국민의힘 당론으로 채택됐으나, 지난해 R&D를 이유로 한 특별연장근로 신청이 전체의 0.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원인 진단부터 실패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특별연장근로 신청 건수는 총 6112건이었다.
이 중 연구개발을 위한 신청은 26건(0.4%)에 그쳤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이 기본이며, 최대 12시간까지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총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한 경우 사업주는 처벌 대상이다.
그러나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경우 근로자 동의와 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는 '특별연장근로제도'가 마련돼 있다.
연장근로는 근로자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사유는 재해·재난, 인명·안전, 돌발상황, 업무량 폭증, 연구개발(R&D) 등 다섯 가지로 한정된다.
반도체업계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특별연장근로 방식이 아닌 R&D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 상한제 특례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여당은 반도체특별법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김민석 고용노동부 차관은 지난 9일, 올해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시간이 핵심이 아니라는 점은 알지만, 직종의 특성이 있다"며 "이 분야는 시간이 중점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에 중점을 둬야 한다. 정부는 특별법 제정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박홍배 의원실이 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R&D 분야의 특별연장근로 신청은 전체 6112건 중 26건에 그쳤고, 노동부는 R&D 분야의 특별연장근로 신청을 모두 인가해 불인정 된 경우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별연장근로 신청 중 가장 많은 사유는 '업무량폭증'으로, 전체의 65.2%(3989건)를 차지했다.
이어 재해·재난(18.0%), 돌발상황(6.4%), 인명·안전(4.3%), 연구개발(0.4%) 순이었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이 전체의 47.76%를 차지했으며, 공공행정(20.41%)이 그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운수 및 창고업(7.94%), 전기·가스·수도·하수업(3.26%), 사업시설관리(3.19%),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2.35%), 도소매업(0.80%) 순이었다.
박홍배 의원은 “기업의 위기를 주52시간제에서 찾는 것은 문제의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라며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과중한 노동시간을 개선하는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