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정의의 실현은 법치국가의 근간이다. 그러나 그 어떤 법적 판단도 헌법이 보장하는 최고의 가치인 '인간의 생명권'과 '인도주의적 원칙' 위에 군림할 수는 없다.
최근 구금 상태에서 척추 골절을 겪은 것으로 알려진 신천지예수교회 이만희 총회장에 대해 응급의학·정형외과·내과 전문의들이 재판부에 긴급 공동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들이 던진 메시지는 단호하고 명확하다. 사법적 판단이나 특정인에 대한 특별대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초고령 수감자의 생존권이 걸린 '의학적 응급 상황'에 대한 최소한의 환자 안전 기준을 지켜달라는 호소다.
1931년생으로 90세를 훌쩍 넘긴 초고령에 만성 요추질환, 고혈압,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척추 압박골절은 단순한 부상이 아니다. 현장 전문의들이 경고하듯, 초고령자의 골절은 통증의 문제를 넘어 거동 불가에 따른 폐렴, 패혈증, 혈전증, 섬망 등 치명적인 연쇄 합병증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도화선'이다. 교정시설의 열악한 환경과 바닥 생활, 의료진 및 간병 인력의 구조적 한계 속에서 24시간 집중 간병과 재활이 필요한 90대 골절 환자를 구금 상태로 유지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방치'에 가까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법원 역시 건강 문제를 고려해 구속집행정지와 연장 결정을 내린 바 있으나, 재수감과 짧은 석방이 반복되는 사이 실제 척추 골절이라는 심각한 신체 손상이 발생했다. 이는 현재의 단기적이고 땜질식 구금 행정이 초고령 환자의 건강 악화를 막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방증한다.
재판에서 유·무죄를 가리고 죗값을 묻는 것은 전적으로 사법부의 몫이다. 피고인의 사회적 평가나 종교적 논란 역시 법정의 엄정한 저울 위에서 가려질 일이다. 하지만 '피고인의 방어권'과 '생명 유지'는 공정한 재판을 진행하기 위한 대전제다. 수감자의 생명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면, 보석이든 집중 치료를 위한 구속집행정지든 전문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 법치의 성숙함을 증명하는 길이다.
"법은 정의를 추구하지만, 그 바탕에는 인간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이만희 총회장의 신병 처리를 둘러싼 이번 전문의들의 경고는 사법부를 향해 묻고 있다. 사법 정의라는 명분이 초고령 수감자의 최소한의 생명권마저 외면하는 기계적 엄벌주의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 재판부의 냉정하면서도 인도주의적인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