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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고] 전쟁을 겪은 세대가 바라는 재판

 

【우리일보 김은기 기자】나는 전쟁의 참혹함을 직접 겪은 세대다. 총알이 빗발치고,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과 가족을 잃는 일을 보았던 기억은 지금도 쉽게 꺼내기 어렵다. 전쟁이 남긴 상처는 그때로 끝나지 않았다. 세월이 흐른 지금도 많은 참전유공자는 몸이 예전 같지 않아 병원을 오가고, 먼 길을 다니는 일이나 낯선 절차를 감당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나는 참전유공자회에서 많은 어르신을 만나며 나이 든 뒤의 삶을 가까이에서 보아 왔다. 젊을 때는 대수롭지 않던 이동도 힘겨워지고, 병원을 오가는 일과 약을 챙기는 일이 하루의 큰일이 되기도 한다. 혼자서는 일상을 꾸리기 어려워 가족이나 주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 나에게 신천지예수교 이만희 총회장의 소식은 남다르게 다가왔다. 이 총회장 역시 6·25전쟁 참전유공자다. 같은 전쟁을 겪은 사람으로서, 나는 그가 나이 들어 재판을 받게 된 지금의 처지가 마음 아프게 느껴진다. 나라를 위해 몸을 던졌던 이들이 세월이 흐른 뒤에도 그에 걸맞은 예우를 받지 못한다면, 그것은 참전용사 모두에게 남겨진 아쉬움이라고 생각한다.

 

이 총회장은 정당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지난 24일 첫 공판이 예정돼 있었으나 미뤄졌다고 한다. 그 연기 자체에 특별한 뜻을 덧붙이거나, 누구에게 유리하고 불리한 일처럼 말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재판은 재판부가 정한 절차에 따라 진행하면 된다.

 

다만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한 사람의 잘잘못이 이미 정해진 것처럼 여겨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총회장이 고령의 피고인으로서 재판을 받게 된 만큼, 나이와 건강, 생활 형편은 그 사람이 재판을 감당하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살필 때 함께 헤아려져야 할 현실이다. 참전용사에 대한 평가가 누군가의 말이나 그때그때의 분위기가 아니라 기록과 사실로 이뤄져야 하듯, 어떤 사람에 대한 재판도 소문이나 감정이 아닌 법정에서 확인된 내용으로 판단돼야 한다.

 

전쟁과 격동의 시대를 함께 지나온 한 사람으로서, 나는 이만희 총회장에 대한 재판이 차분하고 공정하게 진행되기를 바란다. 같은 전쟁을 겪은 고령의 피고인에게도 인간으로서 필요한 배려와 자신의 이야기를 할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기를 바란다. 이는 특정한 한 사람만을 위한 부탁이 아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와, 언젠가 나이 들어갈 다음 세대를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라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