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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국제법 교수 “95세 이만희 총회장 미결구금, 구체적이고 현재적인 필요성 입증돼야”

- 키아란 버크 교수 “고령만으로 구금 면제되지 않지만 국가는 덜 제한적인 대안 검토해야”
- “공직자의 유죄 단정성 발언, 무죄추정과 사법절차 신뢰 훼손할 수 있어”
- 변호인 접견·증거 접근·반대신문 등 실질적 ‘무기대등 원칙’ 보장 강조
- 이 총회장, 6월 구속 이후 정당법 위반 재판과 추가 수사·기소 절차 진행 중

【우리일보 김은기 기자】독일 프리드리히 실러 예나대학교에서 국제법을 연구해 온 키아란 버크(Ciarán Burke) 교수가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이만희 총회장 사건과 관련해 무죄추정의 원칙과 방어권 보장, 미결구금의 비례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버크 교수는 최근 HWPL 글로벌 9지부와 진행한 서면인터뷰에서 “95세라는 고령만으로 체포나 구금으로부터 절대적으로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신원과 주거가 명확하고 수사에 협조해 온 고령 피고인의 구금을 계속하려면 피고인 개인의 사정을 반영한 특별히 설득력 있고 현재에도 유효한 사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버크 교수는 이 총회장 사건의 증거기록과 검찰 수사기록, 구속 결정문, 의료자료 등을 직접 검토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건의 유·무죄나 구속의 적법성에 관한 확정적인 의견이 아니라 헌법과 국제인권법의 일반 원칙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또한 이번 견해는 저자의 개인적인 학문적 자격에서 제시한 것이며, 저자가 소속된 어떠한 기관의 견해도 대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 “의혹은 의혹으로 표현해야…공직자 언어에 특별한 주의 필요”

버크 교수는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정부 관계자나 정치인이 피고인의 행위를 이미 확정된 사실처럼 표현할 경우 무죄추정의 원칙과 공정한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한민국 헌법 제27조 제4항과 유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4조 제2항이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피고인을 무죄로 추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수사와 기소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거나 정치인이 공적 사안에 관해 논평하는 것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다툼이 있는 의혹과 법원에서 입증된 사실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버크 교수는 “‘정치 개입’이나 ‘사회적 해악’과 같은 표현이 그 자체로 곧바로 인권법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발언자의 지위와 구체적인 문구, 발언 당시 재판의 진행 단계, 의혹과 확정된 사실을 구분했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위 공직자의 발언은 국가의 권위를 수반하기 때문에 피고인에게 낙인을 찍거나 대중의 적대감을 강화하고, 행정부가 특정한 사법적 결과를 기대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며 공직자에게 중립적이고 법적으로 정확한 표현을 사용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 증거 접근과 변호인 조력…형식 아닌 실질적 방어권 보장돼야

버크 교수는 공정한 형사재판을 위해 검찰과 피고인 사이의 ‘무기대등의 원칙’이 실질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무기대등의 원칙은 검찰과 피고인에게 완전히 동일한 수사 권한을 부여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피고인이 검찰과 비교해 실질적으로 불리한 조건에 놓이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주장을 제시할 합리적인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서는 피고인이 구체적인 혐의 내용을 신속히 통지받고, 변호인이 사건을 준비할 충분한 시간과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유죄 입증에 사용할 자료뿐 아니라 피고인에게 유리할 가능성이 있는 자료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접근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구금된 피고인이 변호인과 비밀이 보장된 상태에서 충분히 상담할 수 있어야 하며, 검찰 측 증거와 증인을 다투고 자신의 증거와 전문가 의견을 제출할 기회도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크 교수는 특히 고령이나 질병 등으로 취약한 상태에 있는 피고인의 경우 “구금으로 인해 변호인 상담과 재판 참여가 사실상 불가능해지지 않도록 당국이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 “미결구금은 예외…보석·거주 제한 등 대체수단 검토해야”

버크 교수는 국제인권법상 재판 전 구금은 일반적인 원칙이 아니라 예외적인 조치로 다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엔 자유권규약 제9조 제3항은 미결구금이 일반적인 원칙이 돼서는 안 되며, 도주나 증거인멸 등 구체적인 위험이 존재하는지를 피고인별로 판단하고 가능한 경우 구금보다 덜 제한적인 수단을 사용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버크 교수는 “증거인멸의 우려는 법적으로 인정되는 구속 사유이지만, 그 위험이 구체적인 증거로 뒷받침되는지, 현재도 계속 존재하는지, 덜 제한적인 조건으로는 해소할 수 없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대체수단으로는 보석과 주거 제한, 정기적인 출석·보고 의무, 여행서류 제출, 전자감독, 특정 증인이나 관계자와의 접촉 제한, 통신 제한, 문서와 전자정보의 보존 명령 등을 제시했다.

유럽인권재판소 역시 ‘부자지 대 몰도바공화국 사건’ 등을 통해 미결구금을 계속하려면 추상적인 법률 문구를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피고인 개인의 구체적인 사정에 관한 ‘관련성 있고 충분한’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고 판단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령 자체가 구금을 자동으로 금지하는 사유는 아니지만, 건강상 취약성과 적절한 의료 제공 가능성, 구금이 방어권 행사에 미치는 부담,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안의 존재 여부는 비례성 판단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 6월 구속 이후 추가 기소…“혐의 판단과 구금 필요성은 구분해야”

이만희 총회장은 신도들의 정당 가입을 강요했다는 정당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 6월 24일 구속됐다. 법원은 당시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공소시효가 임박한 일부 정당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6월 29일 이 총회장을 먼저 구속기소했으며, 7월 13일 정당법 위반과 업무방해 등 나머지 혐의를 추가로 기소했다. 이어 7월 24일에는 전국 지교회 매점 운영과 관련한 75억7천만원 상당의 조세포탈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이 총회장은 현재 구속 상태에서 재판과 관련 수사 절차를 받고 있다. 합수본이 발표한 내용은 검찰의 공소사실로서 향후 법원의 심리를 통해 사실 여부가 판단돼야 한다.

신천지예수교회는 이 총회장과 교단이 수사기관의 압수수색과 조사에 협조해 왔으며, 고령과 건강 상태, 도주 및 증거인멸 가능성을 고려할 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사법절차를 존중하고 본안 재판에서 사실관계를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버크 교수는 이 사건의 최종적인 유·무죄 판단은 법원의 권한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혐의의 사실관계를 엄정하게 심리하는 문제와 미결구금을 계속할 필요가 있는지는 서로 구분해 판단해야 한다”며 “구금 사유가 추상적이거나 현재성을 잃었고 엄격한 석방 조건으로 위험을 해소할 수 있다면 구금을 계속하는 것은 신체의 자유와 무죄추정, 미결구금의 예외성이라는 원칙과 조화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공정한 재판은 범죄 혐의를 철저히 규명하는 것뿐 아니라,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피고인의 존엄과 방어권, 무죄추정의 원칙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때 완성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