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일보 김은기 기자】법률 전문가를 자처할 처지가 아님을 먼저 밝혀둔다. 수십 년간 유람선 회사를 경영해왔고, 인천 중구의회에서 재선 의원과 의장을 지낸 것이 이력의 전부다. 다만 몇 해 전 HWPL(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의 세계평화 활동에 참여하면서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을 몇 차례 뵌 인연이 있어, 최근 전해지는 구속 소식이 예사롭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종교인이나 평화운동가로서의 그를 평가할 자격은 나에게 없다. 다만 세계 곳곳을 다니며 평화 활동을 펼치고 이를 통해 국위를 선양해온 분이 이런 방식으로 인신구속을 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마음은 편치 않았다. 법을 잘 모르는 한 시민이자 경영인으로서, 지켜본 소회를 조심스럽게 적는다.
이 총회장은 1931년생으로 올해 만 95세다. 6·25전쟁에 참전해 참전유공자로 등록된 분이라는 기사도 본 바 있다. 수사 과정에서 이미 여러 차례 압수수색이 진행돼 상당한 자료가 확보됐다는 보도가 있었고, 신천지 측은 고령임에도 수사에 성실히 협조해왔다며 불구속을 호소했다고 한다. 법원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그 호소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이후 청구된 구속적부심도 기각되었다. 구속 여부는 전적으로 법원의 판단 영역이고, 그 판단의 배경에는 내가 알 수 없는 여러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일상적인 의료 지원이 필요한 고령의 몸이, 재판이 열리기도 전에 구금 생활부터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은 법을 잘 모르는 사람의 눈으로 보아도 마음이 무거워지는 대목이다.
구속의 당부(當否)와는 별개로, 수사의 흐름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는다. 이 사건은 원래 특정 정당 당원 가입 강요, 즉 정당법 위반 혐의에서 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신병이 확보된 이후에는 횡령, 조세포탈,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 등으로 수사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수사 범위의 확대에는 수사기관 나름의 근거와 절차가 있을 것이며, 이를 함부로 평가할 자리가 아님은 분명하다. 다만 그 근거가 무엇인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언어로 좀 더 투명하게 설명해주길 바라는 마음은 있다.
한편, 같은 합수본이 같은 시기에 다룬 통일교 관련 사건에서는 보좌진들의 증거인멸 정황이 구체적으로 확인돼 불구속 기소로 이어졌음에도 정작 핵심 당사자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완성이나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는 보도를 접했다. 두 사건은 혐의의 성격도 다르고 적용되는 법리도 다를 수 있어, 단순 비교는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민의 눈에 사건마다 결과가 다르게 느껴진다면, 그 이유를 수사기관이 보다 친절하게 설명해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 부분의 옳고 그름은 법률과 정치를 깊이 아는 분들이 사실관계를 꼼꼼히 짚어가며 논의해주시길 바란다.
의회에 몸담으며 한 가지를 분명히 느꼈다. 어떤 권한이든 적용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인상을 주는 순간, 제도에 대한 신뢰는 서서히 허물어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법을 잘 모르는 시민의 바람은 크지 않다. 나이 들고 병든 몸에 대한 인간적 헤아림이 구속 판단에서 제 나름의 무게를 갖는 것, 그리고 수사의 범위와 처분의 차이가 국민 눈높이에서 투명하게 설명되는 것.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최종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섣부른 단정을 자제하는 것도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태도일 것이다. 전 세계를 무대로 평화 활동을 펼치며 국위를 선양해온 분이 이런 방식으로 구속 수사를 받는 상황을 지켜보자니, 솔직히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이 총회장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통해 차분히 진실을 가릴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