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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쟁보다 무서운 건 잊혀지는 것‘… 참전유공자 고립 허무는 신천지 청년들

- '호국보훈의 달' 80대 참전용사와 20대 청년 세대의 뜻깊은 만남
- 인천 신천지 자원봉사단, 5년간 참전용사 정서적 고립 해소 지속 지원
- ​"나와 같은 20대에 생사 넘나들어" 참전용사 회고에 청년들 울림

【우리일보 홍지수기자】호국보훈의 달을 맞은 6월, 80대 월남전 참전유공자와 20대 청년들이 마주 앉았다. 가슴에 단 낡은 기장을 매만지던 문동호(80·남·연수동) 어르신은 “전쟁터의 총성보다 무서운 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완전히 잊혀지는 것”이라며 두 손을 맞잡은 청년 봉사자들에게 속마음을 꺼냈다. 과거의 20대와 현재의 20대가 마주 앉은 이번 만남은 고령 보훈대상자가 겪는 사회적 고립을 세대 간 대화와 교감으로 잇기 위한 실천적 시도다.

 

 

◆ 고립된 13만 4000명… 정책적 사각지대 메우는 정서적 교감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고령 보훈대상자 상당수는 홀로 생활하며 정서적 고립을 겪고 있다. 국가보훈부 ‘2026년 업무보고(2025년 12월 18일 발표)’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독거 보훈대상자는 13만 4000여 명으로 전체 보훈대상자의 23.3%를 차지한다. 이들은 경제적 빈곤 못지않게 사회적 관계망 단절이라는 한계에 직면해 있다. 물질적 지원 중심의 국가 정책을 넘어 민간 차원의 정서적 교류가 필수적인 사회 안전망으로 요구되는 이유다.

 

이러한 세대 간 교감은 지난 21일 인천 남동 어울림광장에서 열린 신천지 자원봉사단 인천지역연합회(연합회장 이석구·이하 인천지역연합회)의 ‘호국보훈 효잔치’ 현장에서 이뤄졌다.

 

인천지역은 2020년부터 국가유공자와 지역 어르신을 위한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월남전·6·25 참전유공자를 비롯한 지역 어르신 148명이 참석했으며 인천지역 7개 지부 봉사자 141명이 함께했다. 청년 봉사자들은 어르신들과 마주 앉아 참전 경험과 삶의 이야기를 듣고 안부를 나누며 세대 간 교감을 이어갔다.

 

 

이날 문 어르신은 청년의 눈을 바라보며 반세기 전 참전 당시 맹호부대 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1960년대 베트남의 찌는 듯한 습기와 언제 포탄이 떨어질지 모르는 정글 속에서 오직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며 “내 나이 고작 스물 남짓이었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마땅히 감당해야 할 몫이라 여겨 버텼다”고 회고했다.

 

현재의 아쉬움도 덤덤히 토로했다. 문 어르신은 “나라는 부강해졌지만, 정작 나라를 위해 청춘을 바친 노병들을 향한 사회적 존중은 예전 같지 않다”며 “대단한 보상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헌신을 한 번쯤 기억해 주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 "당연했던 나의 일상, 누군가의 피땀 어린 청춘 덕분"

 

문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은 청년들은 저마다 느낀 점을 전했다. 대학생 김민준(26·가명·남·논현동) 씨는 잠시 생각에 잠긴 뒤 "나와 같은 20대 나이에 생사를 넘나드는 전쟁터에 계셨다는 사실이 가장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이어 "교과서 속 활자로만 읽던 역사를 직접 마주하니 매일 당연하게 누리던 평범한 일상과 자유가 얼마나 무거운 희생 위에 세워진 것인지 깨달았다"며 "앞으로 길에서 유공자 모자를 쓰신 어르신을 뵐 때마다 오늘 맞잡은 주름진 손의 온기가 떠오를 것 같다"고 전했다.

 

이수진(29·가명·여·주안동) 씨는 미소를 지으며 "교과서에서 배운 역사가 한 사람의 삶이라는 것을 느꼈다"며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을 더 기억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박성호(28·가명·남·부평동) 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훈장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시간을 더 소중하게 여기신다는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오늘 들은 이야기를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문 어르신은 마지막으로 청년들의 손을 꼭 잡으며 "이렇게 찾아와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줘서 진심으로 고맙다"며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다음 세대에도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천지자원봉사단 인천연합회는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협력해 국가유공자와 지역 어르신을 위한 봉사활동을 지속하고 세대 간 소통과 공경 문화를 확산하는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