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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논평]공직 후보의 언행, ‘의도’가 아니라,‘성인지적 기준’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우리일보 서울=강수선 기자】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일부 후보와 지도부의 행보가 유권자들에게 깊은 실망과 분노를 안겨주고 있다. 개별 사건에 대한 구차한 변명이 이어지고 있으나, 이를 종합해 볼 때 공직 후보자에게 요구되는 성인지적 감수성과 사회적 책임이 처참하게 무너졌음을 확인하게 된다.

 

먼저 파주시장 후보 손배찬의 사례는 공직 후보자로서의 자질 의심을 넘어 정체성을 묻게 한다. 성매매 집결지 관련 인물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한 행위는 그 의도가 무엇이었든 성착취 구조를 용인하는 정치적 시그널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성매매가 명백한 불법이며, 해당 지역이 오랜 기간 정책적 폐쇄 대상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성평등 사회를 지향하는 공당의 후보로서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손배찬 후보는 본인의 행보가 지닌 심각성을 엄중히 인식하고 즉각 후보직에서 사퇴해야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후보들의 왜곡된 성인식이다. 정청래 당대표와 하정우 후보가 초등학교 1학년 여아에게 ‘오빠라고 불러보라’고 요구한 것은 단순한 실수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자기를 기준으로 나이가 어린 여성을 ‘사적 관계의 위계’ 안으로 편입시키려 하는 전형적인 가부장적 권위주의의 발현이다.

 

또한 이번 사안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문제는, 공적 관계에서 남성이 여성에게 사적 친밀성을 전제한 호칭인 ‘오빠’를 사용하도록 요구하는 행위 자체가 지닌 구조적 문제이다. ‘오빠’라는 표현은 단순한 연령 호칭을 넘어, 한국 사회에서 오랜 기간 비공식적 친밀성, 보호-피보호 관계, 나아가 잠재적 성적 긴장까지 내포해온 언어이다.

 

이러한 요구는 겉으로는 친근함을 가장하지만, 실제로는 상대에게 특정 관계를 수용하도록 압박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특히 미성년자나 사회적 약자의 경우, 이를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 자체가 이미 권력의 비대칭을 드러낸다. 결국 ‘오빠’라는 호칭의 강요는 단순한 언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공적 공간에 사적 위계를 끌어들여 정당화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갖는다.

 

공직 후보자와 정치 지도자라면, 이러한 언어가 지닌 사회문화적 함의와 권력 효과를 누구보다 엄중하게 인식해야 한다. 공적 관계에서의 언어는 개인적 습관이 아니라 정치적 메시지이며, 유권자를 동등한 시민으로 존중하는 최소한의 기준을 반영해야 한다. 여전히 사적 친밀성을 전제한 호칭을 요구하는 행태가 반복된다는 것은, 우리 정치가 얼마나 낡은 성인식에 머물러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사태는 박원순 전 시장의 위력 성폭력 사건 이후, 민주당의 반성인지적 행보에 대해 깊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국민의 감정을 정면으로 자극하는 행위이다. 뼈를 깎는 반성을 약속했던 정당이 여전히 유권자를 동등한 주체로 보지 않고 사적 위계 안에 가두려 하는 모습에 국민은 절망한다.

 

정치에서 “취지는 왜곡됐다”는 해명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특히 성매매, 젠더, 권력 관계와 맞닿아 있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언행은 그 자체로 정치적 메시지가 된다. 정당 또한 이를 개별 인사의 일탈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공당이 내세운 가치와 실제 행보 사이의 간극이 반복되는 것은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이며, 유권자에 대한 기만이다.

 

선거는 후보의 정책뿐만 아니라 그가 가진 인권 의식과 성인지적 기준을 평가받는 자리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논란을 뼈아프게 직시하고, 구태의연한 성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후보들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유권자는 더 이상 권위 뒤에 숨은 부적절한 언행을 용납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