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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칼럼

선거 앞둔 막판 의회… 추경과 조례, 과연 순순한 행정인가?

【우리일보 인천=이진희 기자】지방선거를 불과 40여 일 앞둔 시점에서 인천시 기초자치단체의 지방의회가 임시회를 열고 추가경정예산안(추경)과 각종 조례안을 일괄 심의·처리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적지 않은 의문과 우려를 낳는다.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더라도, 정치적 맥락을 배제한 채 이를 순수한 의정활동으로만 보기에는 쉽지 않다. 시기 자체가 이미 강한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추가경정예산안은 단순한 재정 조정의 범주를 넘어선다. 이는 정책의 방향성과 우선순위를 결정짓는 핵심 도구이며, 주민 체감도가 높은 사업이 포함될수록 정치적 파급력 또한 커진다.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생활 인프라 확충, 지역 지원 확대, 각종 보조금 사업 등이 포함된 추경이 편성·의결된다면, 유권자에게는 시의적절한 정책이 아니라 선거를 의식한 재정 집행으로 비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때문에, '선거용 예산'이라는 비판이 뒤따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례안 처리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행정기구 개편, 공공서비스 확대,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 등은 본래 장기적 관점에서 충분한 검토와 공론화를 거쳐야 할 사안들이다. 그러나 선거 직전 급히 처리될 경우 정책의 완성도보다 성과 부각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의심을 사기 쉽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왜 지금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미뤄졌던 사안들이 하필 이 시점에 집중되는 현상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이러한 흐름은 지방의회의 신뢰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지방의회는 주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정치적 중립성과 공공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다수의 안건을 서둘러 처리하는 모습은, 의정활동의 동기가 공익인지 정치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키운다. 신뢰는 단기간의 성과로 쌓이는 것이 아니라, 일관된 태도와 절제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물론 의회 측의 입장도 존재한다. 회기 일정에 따른 정상적인 절차이며, 주민 생활과 직결된 사안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주장이다. 행정은 선거와 무관하게 지속되어야 한다는 원칙 역시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바로 그 원칙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의 신중함과 투명성이 요구된다. 오해의 여지가 큰 시기일수록 속도보다 숙의가 우선되어야 한다.

 

따라서 쟁점은 '가능한가'가 아니라 '적절한가'에 있다. 법적 요건을 충족했다고 해서 정치적 책임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지방의회가 진정으로 주민을 위한 기관이라면, 이번 임시회에서의 결정 하나하나가 어떤 의미로 읽힐지를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이 시기에 필요한 것은 마지막까지 성과를 쌓는 일이 아니라, 공정성과 신뢰를 지키는 일이다. 유권자들은 단기적 혜택보다 원칙 있는 의정활동을 더 오래 기억한다. 선거를 앞둔 이 시점, 지방의회가 선택해야 할 길은 분명하다. 보여주기식 마무리가 아니라 책임 있는 마무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