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일보 김지윤 기자】 대한민국이 ‘소득 3만 달러’라는 문턱을 넘어서며 사회적 갈등과 정체의 기로에 서 있다. 인재들은 ‘의대’라는 안전한 성벽 안으로 숨어들고, 지방은 소멸의 위기를 맞았다.
이러한 시대적 난제 앞에서 "바다 위에 답이 있다"고 단언하는 인물이 있다. 대한민국 크루즈 산업의 이론적 토대를 닦아온 개척자, 대경대학교 김종남 교수다.
인천항 150항차, 부산항 400항차를 돌파하고 제주항 역시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며 대한민국 해양 관광의 지도가 바다 위에서 다시 그려지고 있다.
바닷길이 열리며 지방 소멸의 위기를 돌파할 새로운 동력이 확보된 가운데, 이제는 단순 기항을 넘어선 질적 도약과 정책적 혜안이 절실한 시점이다.
본지는 부산시 크루즈산업발전위원회 위원이자 한국크루즈포럼 상임운영위원장인 김 교수를 만나, 왜 지금 우리가 다시 크루즈에 주목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바꿀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에 대해 물었다.
◇ "관광의 정점, 크루즈는 '인간을 이롭게 하는 학문'의 결정체"
김종남 교수는 크루즈를 단순한 '호화 유람선'으로 정의하지 않는다. 그는 "크루즈는 조선 공학의 정수와 고도의 서비스 경영, 그리고 문화적 콘텐츠가 결합한 융복합 산업의 결정체"라고 강조한다. 특히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선 선진국 사회에서 크루즈는 삶의 질을 바꾸는 핵심 동력이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인간은 더 가치 있는 경험과 치유를 갈구합니다. 과거가 생존을 위한 이공계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인간을 이해하고 이롭게 하는 관광과 인문학적 공학이 결합한 산업이 국가의 격을 결정합니다. 크루즈는 그 정점에 있습니다."
◇ 부산·경북의 해양 경제 영토, 크루즈로 연결해야
김 교수의 행보는 연구실에만 머물지 않는다. 부산시와 포항시, 그리고 경북관광포럼을 넘나드는 그의 이력은 크루즈 산업이 특정 지역의 전유물이 아닌, 대한민국 동남권 전체의 경제 지도를 바꿀 전략적 카드임을 시사한다.
그는 특히 국적 크루즈 선상 카지노 도입과 크루즈 관광 진흥특구 지정 등 굵직한 현안들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왔다. "제주와 강원, 부산과 경북을 잇는 해양 루트는 대한민국이 가진 최고의 자산입니다.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진흥특구' 도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 부산·인천 기항지 확대와 ‘모항’의 꿈... “학생들의 무대가 넓어지고 있다”
최근 부산항과 인천항을 중심으로 크루즈 선박의 입항이 급증하며 해양 관광의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김종남 교수는 현재의 성과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경계한다. 단순히 배가 잠시 머물다 가는 ‘기항지(Call port)’를 넘어, 승객이 여행을 시작하고 끝내는 ‘모항(Homeport)’으로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모항이 된다는 것은 배에 필요한 막대한 물자를 공급하고, 수천 명의 승객과 승무원이 지역에 체류하며 소비하는 ‘경제 허브’가 된다는 뜻입니다.” 김 교수는 모항 활성화가 곧 우리 청년들의 일자리 지형을 바꿀 결정적 열쇠라고 강조한다.
국내 크루즈산업 관련 크루즈선사, 크루즈전문여행사, 학계 및 연구기관과 관련 공기업 등을 회원으로 크루즈산업 관련 대표 단체인 (사)한국크루즈산업포럼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며 현장을 누벼온 그는, 국내 기항지 확대가 대경대 학생들을 포함한 예비 크루즈 인재들에게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할 더 넓은 기회의 문을 열어줄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 “인공지능(AI)이 대체 못 할 유일한 영역...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고도의 서비스 기술”
챗GPT를 필두로 한 생성형 AI의 공습으로 화이트칼라 직종마저 위협받는 시대다. 하지만 대경대학교 김종남 교수는 “역설적으로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인간의 손길(Human Touch)이 닿는 산업의 가치는 폭등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 중심에 바로 크루즈가 있다.
김 교수는 크루즈 서비스를 단순한 ‘노동’이 아닌 ‘감성 치유’의 영역으로 정의한다. “AI 로봇이 정해진 레시피대로 칵테일을 만들 수는 있지만, 승객의 미묘한 표정 변화를 읽고 위로의 말을 건네며 취향에 맞는 분위기를 설계하는 것은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도의 지능적 행위”라는 설명이다.
특히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진입한 대중은 물리적 풍요보다 심리적 만족을 우선시한다. 김 교수는 이를 ‘관광의 정점’이라 표현하며, “크루즈 승객의 복잡한 심리를 케어하는 크루즈전문인력은 인공지능이 범접할 수 없는 ‘최후의 보루’이자, 시간이 흐를수록 대체 불가능한 권위를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3부작 기획을 통해 제시하는 '해양 강국'의 청사진
이번 인터뷰를 시작으로 본지는 김종남 교수와 함께 크루즈 산업의 실체를 파헤치는 4부작 기획 기사를 연재한다. 김 교수는 향후 연재를 통해 크루즈에 대한 대중적 오해를 바로잡고, 왜 미래 세대가 의대 대신 크루즈라는 광활한 시장에 도전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곳에 어떤 구체적인 기회가 있는지 상세히 풀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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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왜, 지금 크루즈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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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AI대체 불가한 전문직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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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오션 노마드의 꿈을 현실로...
"바다는 막힌 곳이 아니라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길입니다. 우리 청년들이 크루즈를 통해 세계를 무대로 꿈을 펼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 그것이 제가 남은 연구 인생 동안 완수해야 할 숙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