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일보 김선근 기자】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소방관들의 정신건강 위기가 국가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전종덕 의원(진보당, 비례)은 1일 열린 결산심사 비경제부처 질의에서 소방공무원 정신건강 관리 체계의 한계를 강하게 지적하며 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 의원은 “최근 한 달 새 두 명의 소방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며 “국민을 지키는 이들이 정작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현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치유가 있어야 다시 현장에 설 수 있는 만큼, 사후약방문이 아닌 선제적 국가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소방청이 지난해 실시한 소방공무원 마음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PTSD 유병률은 7.2%(4375명), 우울 6.5%(3937명), 자살위험군은 5.2%(3141명)로 집계됐다.
이는 일반 국민보다 10배 이상 높은 수치다.
그러나 최근 4년간 공무상 요양 신청 122건 중 25%가 불승인됐으며, 이태원 참사 현장에 투입됐던 소방공무원은 ‘2년 뒤 초진’이라는 이유로 불승인을 받는 등 제도의 한계가 드러났다.
전 의원은 “PTSD의 지연 발병은 학문적으로도 입증됐음에도 불구하고, 현 제도는 기계적 심사에 머물러 있다”며 “입증 책임이 전적으로 개인에게 전가되는 현실은 2차 고통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건 시점과 장소만 기재하면 정부가 조사·확인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담 인력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현재 전국 268개 소방관서에 상담사는 128명에 불과하며, 상담사 1인당 연간 799건을 담당하고 있다.
소방청은 오는 2028년까지 상담사 정원을 268명으로 확대할 계획이지만, 전 의원은 “현재의 속도와 예산으로는 정신건강 위기를 막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대규모 참사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에 대해 의무 상담을 도입하고, PTSD를 명시적 공무상 질병으로 제도화해야 한다”며 “국민의 안전을 위해 헌신하는 소방관들이 다시 현장에 설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인력·예산 확대와 실질적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