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일보 김선근 기자】 올해 한국에서 열릴 예정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준비 중인 정부가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성장을 핵심 의제로 내세우면서도 정작 사회적경제기업의 참여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계획은 세우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최혁진 의원은 APEC 정상회의 준비기획단과 외교부를 상대로 사회적가치 실현 계획과 관련한 자료를 요구한 결과, 준비기획단은 “직접 연계된 구체적 계획은 없다”고 공식 회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획단 측은 “자체 물품 조달 시 사회적기업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공식 기념품, 식음료, 관광연계 프로그램 등 APEC 회의 전반에 사회적경제 주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된 기획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준비기획단은 평창동계올림픽 등 기존 대형 국제행사를 사례로 든 최 의원실의 자료 요청에 대해 “국제스포츠행사와는 성격이 다르며 APEC은 경호와 보안이 중요해 사회적경제 참여 논의가 활발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APEC 회의에서 포용성과 지속가능성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으며, 관련 장관회의에서 공동성명을 통해 사회적가치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운영과 준비 과정에서 사회적경제 조직의 참여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이들을 위한 실질적 실행계획 역시 부재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최혁진 의원은 “APEC 정상회의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제행사인 만큼, 시민과 지역경제의 주체인 사회적경제조직이 공식 파트너로 참여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최소한”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최 의원은 “자원봉사자 동원을 시민사회 참여로 포장하고, 사회적기업을 단순한 구매처로만 활용하는 외교부의 인식은 관료주의에 갇힌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그는 외교부가 같은 날 개최된 ‘제5차 한-아세안 환경·기후변화 대화’에서는 그린 ODA와 기후행동 파트너십을 내세워 시민사회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국내에서 직접 개최하는 APEC 정상회의에서는 사회적경제조직 참여를 위한 기본계획조차 없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외교부와 준비기획단은 일회성 조달에 그치지 말고, 사회적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 실질적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최혁진 의원은 현재 사회연대경제기본법 발의를 준비 중이며, 이번 APEC 사안을 계기로 “국제행사뿐 아니라 국가의 모든 행정에 사회적가치를 구조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본질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공공조달에 사회적경제 주체가 참여할 권리, 정책결정 과정에서의 시민사회 주체성 확보, 지속가능한 성장 인프라를 위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며, 관련 법안의 조속한 제정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