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사건, '여론' 아닌 '증거'로 다뤄야 한다

  • 등록 2026.08.12 07: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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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일보 김은기 기자】평화통일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버려야 할 태도는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고  낙인부터 찍는 습성이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활동을 하며 절감한 것도 이 지점이다. 사회가 갈등을 다루는 방식이 거칠어질수록, 평화와 통합을 말할 자격 자체가 흔들린다. 그리고 이 원칙은 남북관계뿐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 내부에서 신천지를 다루는 방식에도 그대로 적용돼야 한다.

 

최근 보도된 신천지예수교회 이만희 총회장 관련 공소장 내용을 보면,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분명히 있다. 공개된 내용만 보면 정당 가입을 둘러싼 내부 지시와 가입 사실은 나와 있지만, 가입하지 않을 경우의 구체적 해악이나 불이익을 고지했다는 대목은 뚜렷하지 않다. 지시가 있었다는 것과 자유의사를 강제로 박탈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 간극을 메우지 못한 채 '강요'라는 결론부터 내려놓고 수사와 여론이 움직인다면, 그것은 법치가 아니라 낙인이다.

 

물론 최종 판단은 재판부의 몫이고, 새로운 증거가 법정에서 제시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전에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 사회적 요구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특정 종교단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조직적 강요가 이미 입증된 것처럼 다뤄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하나의 종교단체가 정치권 의혹의 중심에 섰다는 이유로 그 구성원 5만여 명 전체를 하나의 정치적 도구처럼 취급한다면, 이는 종교의 자유와 개인의 정치적 자유를 동시에 짓밟는 일이다.

 

95세라는 나이는 감정을 호소하기 위한 수사가 아닌, 냉정한 법적 질문이다. 유·무죄와 무관하게, 이 나이의 피의자를 계속 구금해야 할 필요가 실제로 남아 있는가. 이미 상당한 자료가 확보되고 관계자 조사가 진행된 상황이라면,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를 구속이 아닌 방식으로 통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구속은 처벌이 아니라 재판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원칙을, 이 사건에서만 예외로 둘 이유는 없다.

 

평화는 북한과의 관계에서만 시험받는 가치가 아니다. 생각과 신앙이 다른 이를, 심지어 사회적 반감이 큰 종교단체라 하더라도 어떤 절차로 대하는지가 우리 사회 평화의 실제 수준을 드러낸다. 신천지 사건이 정치적 상징이나 여론재판의 소재로 소비되는 일은 멈춰야 한다. 법정은 증거로만 말해야 하고, 사법부는 여론이나 정치가 아니라 오직 법과 증거로 판단한다는 신뢰를, 이번 사건에서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김은기 기자 Kmk94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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