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세 노구에게 34도 찜통은 정의인가?

  • 등록 2026.08.07 07: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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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일보 김은기 기자】여행사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수많은 사람의 이동과 안전을 책임져 왔다. 단체 여행을 기획할 때 가장 먼저 따지는 것이 참가자의 나이대다. 같은 일정, 같은 버스, 같은 숙소라도 고령자가 감당하는 부담은 젊은 사람과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항공사들이 고령 승객에게 별도 좌석과 수분 섭취 안내를 따로 두는 것도 같은 이유다. 몸의 회복력과 체온 조절 능력이 다르면, 같은 환경도 전혀 다른 위험이 된다.

 

이 감각으로 요즘 뉴스를 보면 마음이 편치 않다. 95세인 이만희 신천지예수교회 총회장의 구속 유지 여부를 두고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혐의에 대한 판단은 법원의 몫이지만, 구속을 유지할 필요성과 초고령자의 건강 문제는 별개로 따져봐야 할 문제다. 헌법 제27조 제4항은 유죄판결 확정 전까지 피고인을 무죄로 추정하고, 형사소송법 제198조도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삼는다. 구속은 형벌이 아니라 절차를 위한 예외적 조치일 뿐, 혐의가 중하다는 이유만으로 그 필요성까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지금은 폭염이 절정인 8월이다. 전국 교정시설 일반 수용동에는 냉방시설이 없고, 선풍기마저 과열 방지를 위해 50분 가동 후 10분씩 꺼진다. 올여름 이미 일부 수용실 온도가 34도까지 오른 사례도 보도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국제 학술지 랜싯 연구를 인용해, 외부기온이 35도를 넘으면 선풍기로는 체온을 의미 있게 낮추지 못하고 65세 이상은 다른 냉방 수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형집행법에는 난방시설 규정만 있을 뿐 냉방이나 적정 실내온도 기준은 없다.

 

2016년 8월 부산교도소에서는 폭염 속 조사수용실에 갇혔던 수용자 2명이 하루 간격으로 열사병 등으로 추정되는 사망에 이르렀다. 선풍기조차 없고 급수까지 제한된 환경에서, 기저질환이 있던 수용자들이 폭염에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부산지방법원은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며, 인간 생존의 기본조건이 박탈된 시설에 사람을 수용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법리를 판단 근거로 삼았다.

 

여행업에서는 고령 고객 한 명의 컨디션을 놓치면 일정 전체가 무너진다. 그래서 더위, 수면, 이동 시간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조정한다. 국가가 개인의 신체를 구금할 때는 이보다 훨씬 무거운 책임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냉방 없는 좁은 방에서 장기간 지내야 하는 초고령자의 위험은, 여행 일정에서 겪는 부담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이다.

 

95세 초고령자가 제한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은 건강한 성인의 수용과 같은 잣대로 볼 수 없다. 신체 상태와 기존 질환, 의료 접근성, 수용 환경을 종합적으로 살펴 구금이 생명에 미치는 위험을 판단해야 한다.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의 열악한 처우는 자유형 본연의 목적을 벗어날 수 있다.

 

이는 특정인을 위한 특혜 요구가 아니라, 누구든 같은 상황에서 적용받아야 할 헌법과 인권의 원칙이다. 아직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피고인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면서도, 출석 의무나 주거 제한 같은 실효적 조건으로 재판은 충분히 진행할 수 있다.

 

사법부의 권위는 얼마나 엄하게 구속하는가에서 세워지지 않는다. 여론과 편견에서 벗어나 법률과 증거, 비례의 원칙에 따라 판단할 때 신뢰를 얻는다. 이 총회장의 건강 상태와 구속 필요성을 다시 살펴, 불구속 재판의 가능성을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 법치주의의 품격은 강한 사람을 처벌하는 데서만 드러나지 않는다. 국가권력 아래 놓인 한 사람의 생명과 존엄을 지키는 데서도 드러난다.

김은기 기자 Kmk94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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