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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택 연출,연극계거장에서 성폭력범으로...

잇따른 증언에18년 가까이 관습적으로 일어난일"이라라고..

(차민선 기자) 연극계에  잇따른 성폭력사실이 폭로되고 있는가운데,유명 연극 연출가인 이윤택씨가 또다른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증언이 나왔다.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피해자의 증언은 이번이 세번째이다. 연출가 이윤택씨는 오랜세월 연극계의 거장으로 군림해왔고 본인 스스로도 "18년 가까이 관습적으로 일어난일 "이라고 털어놓은 만큼 앞으로 피해자들은 더욱 늘어날것으로 보인다.

 

이승비 극단 나비꿈 대표(42)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metoo 해시태그와 함께 “묵인하고 있다는 게 죄스러워 간단히 있었던 사실만 올립니다”라고 글을 남겼다.

 

이 대표는 “아주 오래 전 국립극장에 객원단원으로 뽑혀 실러의 ‘군도’를 각색한 ‘떼도적’이란 작품을 6개월 간 쟁쟁하신 선생님들과 연습을 하게 되었고, 전 메인팀인 A팀의 여자주인공 아말리아 역할을 하게 되었다”고 사건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제가 총 10회 공연 중 7회, B팀의 여자주인공인 배우는 3회 계약을 하고 힘들게 공연을 올리던 도중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그 연출가이자 그 당시 국립극장 극장장이던 그 분(이윤택)이 공연 중인데도 불구하고 낮 연습 도중 저보고 따로 남으라고 했고, 그 이유인 즉슨 워낙 큰 대극장이기에 발성연습을 조금만 하자는 거였다”고 했다. 

 

이 대표는 “당시는 CCTV도 없고 그는 그곳에서도 왕 같은 교주 같은 존재이기에 남아서 따로 연습에 응했다”며 “(이윤택이) 대사를 치게 하면서 온몸을 만졌다”고 털어놨다.

 

그는 “너무 무섭고 떨려서 제 몸은 굳어져가고 수치스러움에 몸이 벌벌 떨렸다. 결국 제 사타구니로 손을 쑥 집어넣고 만지기 시작하여 전 있는 힘을 다해 그를 밀쳐내고 도망쳐 나왔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정신을 가다듬고 행정실로 찾아가 모든 얘기를 전했지만 그 일에 관련된 얘기는 듣지도 않고, 원래 7대3이었던 공연 횟수가 5대5로 바뀌었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고 충격에 휩싸여 집에 오는 길에 응급실로 실려갔다”고 적었다. 

 

이 대표는 “그 날 공연을 못하고 전 마녀사냥을 당했다. 최초로 국립극장 공연을 빵꾸낸 이승비 배우라고…”라며 “당시 모든 사람들이 날 몰아세웠고 심지어 당시 제 남자친구가 그 공연에 코러스였는데 그 친구 역시 연희단 거리패였기에 모든 것을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그 뒤로 신경안정제를 먹고 산다”며 “이 무시무시한 일들이 더이상 후배들에게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글을 남긴다”고 적었다. 

 

이승비씨가 이윤택씨에게 성추행을 당한 시기는 2005년으로 추정된다. 그해 국립극단은 한국과 독일에서 차례로 독일의 극작가 프리드리히 실러의 대표작 ‘군도’를 각색한 ‘떼도적’을 공연했다.

 

이윤택씨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공개사과했지만 성폭행 사실은 부인했다. 

 

이승비씨는 “성폭행은 인정할 수 없다. 이 문제는 법적 절차에 따라서 그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윤택씨는 피해자 몇 명인지 파악하고 있냐는 질문에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게 극단 내에서 18년 가까이 진행된 생활에서, 관습적으로 일어난 아주 나쁜 행태라고 생각한다. 

 

제가 어떨 때는 이게 나쁜 죄인지 모르고 저질렀을 수도 있고, 어떤 때는 죄의식을 가지면서도 제 더러운 욕망을 억제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그렇다”라고 답했다. 

 

이윤택씨는 “연극계 선후배 분들에게도 사죄드린다”며 “연극계 전체가 매도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덧붙였지만 연극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국여성연극협회는 지난 18일 밤 늦게 이번 사태에 대한 공식입장을 내고 이윤택의 연극계 영구 제명·이윤택이 수상한 모든 상 취소·진정성 있는 참회와 사과·사법 절차 병행 등 4가지를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한편,서울연극협회는 "지난 17일 긴급이사회에서 이윤택 회원의 성폭력 사실을 묵과할 수 없는 심각한 범죄행위로 정의하고 정관에 따라 최고 징계조치인 제명을 결정했다"고 19일 밝혔다.

 

협회는 "이윤택 회원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이루 말할 수 없는 참담함을 느끼며 힘겨운 고통의 시간을 폭로한 동료 연극인들에게 도의적 책임을 통감하고 머리 숙여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예술이라는 미명 하에 권력의 그늘에서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윤리강령을 제정하고 모든 회원이 실천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다"면서 

 

추후 드러나는 연극계 치부를 주시하고 범죄 사실이 드러나면 관련 협회와 공조해 영구 퇴출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또,사단법인 아시테지(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이윤택 연출과 연희단거리패의 회원 자격을 박탈한다고 발표했다.

 

아시테지 한국본부는 "몇 해 전부터 그(이윤택)가 보여준 아동극에 대한 애정을 감사히 여기며 그가 연출한 몇몇 아동극을 지지한 사실에 분노를 감출 수 없다"고 밝혔다.

 

아시테지 한국본부는 "어린이를 위한다는 아름다운 기조 아래 안데르센 극장, 가마골 극장을 만든 이유가 무엇이었을까"라며 "두려운 마음과 함께 이로 인해 순수함으로 버텨온 아동·청소년 연극의 미래에도 검은 먹구름이 드리우지 않을까 심히 마음이 무겁다"고 덧붙였다.

 

이 단체는 이어 가마골 극장과 가마골 극장이 운영해 온 부산 기장의 아동청소년극 전용극장인 안데르센극장과 가마골극장의 폐쇄를 촉구했다.

 

한국연극연출가협회도 이윤택 연출을 영구제명했다. 

 

연극연출가협회는 "이번 사태가 표면화되기 오래 전부터 여러 피해자들이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음에도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았던 점, 연극계 부당한 권력과 잘못된 문화가 존재하도록 방치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깊이 반성하고 사과한다"고 밝혔다.

 

한국연극연출가협회는 또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하기 위해 연극계에 성폭력 대책위원회 구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