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일보 최은준 기자】 | 경기 부천시에 사는 김모 씨(67)는 뇌 병변 장애와 고혈압, 당뇨병을 앓고 있어 지난 10년간 병원을 전전하며 입원 생활을 이어왔다. 오랜 병원 생활에 지친 김 씨는 퇴원을 꿈꿨지만, 머물 곳도 도움을 받을 가족도 없어 병원을 떠나 홀로서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부천시는 김 씨를 재가 의료급여 사업 대상자로 선정해 맞춤형 지원을 시작했다. 소사구청 이순호 의료급여 관리사는 김 씨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그의 건강 상태와 생활 환경을 세심히 살펴 적절한 임시 주거지를 권했다. 김 씨는 관리사의 제안을 따라 이곳에서 지내며 적응 기간을 거쳤고, 이후 적합한 거처로 이주해 안정적인 자립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김 씨는 “혼자 나가 사는 것에 겁이 났지만,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며 “긴 병원 생활을 끝내고 시작하는 새로운 생활이 무척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 재가 의료급여 사업…맞춤형 지원으로 삶의 질을 높이고, 비용은 줄이고
‘재가 의료급여’는 동일상병으로 31일 이상 입원했던 의료급여수급자가 퇴원 후 집에서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의료, 돌봄, 식사, 이동지원의 필수 서비스부터 주거 개선, 냉난방 용품, 필수 가전·가구 등 선택 서비스까지 12종의 맞춤형 통합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재가 서비스 외에도 지역자원을 연계한 서비스를 통해 일상생활에 필요한 지원을 빈틈없이 채운다.
부천시는 7명의 의료급여 관리사를 각 구청에 나누어 배치해 지금까지 220명의 퇴원 의료급여 수급자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이를 통해 여러 장기 입원 환자들이 퇴원 후 지역사회의 품으로 돌아가 새로운 삶을 안정적으로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러한 재가 의료급여 사업은 시 재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천시가 2024년을 기준으로 사업 대상자들의 퇴원 전후 3개월간의 의료비를 비교한 결과, 대상자 1명당 월평균 약 372만 원(81.4%)의 의료비가 절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재가 의료급여 사업이 장기 입원으로 인한 과다한 의료비 지출을 효과적으로 줄이고, 시에서 분담하는 의료비 부담을 낮춰 궁극적으로 시 재정의 효율화에도 기여하는 성공적인 복지 모델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 의료급여 사업 탁월한 성과…협력 의료기관과 함께 보다 다양한 서비스 제공
부천시는 2019년 보건복지부의 재가 의료급여 시범사업의 초기부터 선도적으로 참여해 왔다. 사업이 전국으로 확대된 지금까지도 적극적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부천시는 의료급여 사업 평가에서 2020~2021년, 2023년 세 차례나 우수 지자체로 선정되는 등 의료복지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며 그 노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재가 의료급여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3개소의 의료기관과 추가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을 체결한 3개의 기관을 포함해 현재 부천시에서는 총 6개의 의료기관이 의료급여 관리사와 협력하여 대상자별 맞춤형 돌봄 계획 수립, 건강 상태 모니터링, 집중교육 및 상담, 방문 의료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부천시는 올해 의료급여 지역형 특화사업의 일환으로, 요양 및 한방병원에 60일 이상 장기 입원 중인 의료급여 수급자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한다. 입원의 필요성과 적정성을 평가해 불필요한 장기 입원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그중 대상자를 선정해 1:1 사례 관리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로써 의료비를 절감하고, 다양한 사회복지서비스를 연계해 의료급여 수급자의 건강 증진 및 자립에 더욱 힘을 보탠다.
박화복 부천시 복지국장은 “재가 의료급여 사업은 장기 입원 환자의 지역사회 복귀를 돕고 재정 안정화에도 기여하는 의미 있는 사업”이라며 “앞으로도 더 많은 대상자가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지원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