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 레
김 수 길
기다리지 않는 누가 있을까? 몰라서
수풀 사이네 수줍게 하얀 옷과 노란 옷고름으로 치장하고
그리운 이를 기다리며 살랑살랑 춤추고
살짝 미소를 지어 보는 찔레
차가운 봄비가 꽃 마음을 울리고
남촌에서 불어 오는 봄바람이 꽃잎을 흔든다 해도
가슴에 새겨놓은 그리움이 남아 있는 한
비에 젖고 바람에 흔들려서
찢겨진 하얀 옷과
플어 젖혀진 옷고름 속 살이 들어나도
오직 기다리는 그리움으로
세월이 가고 꽃잎이 시들어도
수풀 사이 햇빛이 보고 있기에
지탱하고 있는 뿌리와 가시로 무장하고
오늘을 살고 있는 찔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