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일상의 공존‘ 축구역사박물관 학술대회 개최

  • 등록 2023.03.06 11:2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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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한국 축구의 자료가 많아 놀랐다. 앞으로 축구 박물관이 자료를 모으고, 그 자료를 해석하고 가공하는 작업이 꾸준히 이뤄지는 거점이 됐으면 한다.“ (박범 공주대 사학과 교수)

 

”축구 박물관을 통해 아이들이 축구 역사를 배우고 함께 즐기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

(정정용 경일대 전문스포츠학부 교수, 前 U-20 월드컵 대표팀 감독)

 

천안에 들어서는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에 자리하는 축구역사박물관의 역할과 필요성,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하는 학술대회가 개최됐다.

 

대한축구협회는 3일 오후 천안시청 대회의실에서 ‘축구역사박물관 건립 학술대회’를 열었다. 이 행사는 대한축구협회와 천안시가 주관하고, 숙명여대 산학협력단이 주최했다. 대한축구협회에서는 최영일 부회장, 박경훈 전무이사, 정해성 대회위원장, 조원희 사회공헌위원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또한 박상돈 천안시장을 비롯해 박물관 학계 및 지역인사까지 포함해 총 100여 명이 자리를 빛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대신해 참석한 최영일 부회장은 “대한민국 축구 100년 역사를 집대성하고, 가치 높은 물품을 전시 보관하는 축구 박물관의 건립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다.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건립의 당위성은 물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즐겨찾는 곳으로 만들지에 대해 심도 깊은 의견이 제시되면 좋겠다”며 정 회장의 축사를 대독했다.

 

박상돈 천안시장은 “천안은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를 대한축구협회와 함께 건립하고 있으며, 올해 천안시티FC의 프로 진출을 통해 축구 도시로서 위상을 높여 나가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가 국민 스포츠로 자리매김한 한국 축구의 지나온 발자취를 반추하면서 그 의미를 새롭게 조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천안시와 함께 내년 완공을 목표로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를 건립하고 있다. 여기에는 메인 스타디움과 실내축구장 등 총 12면의 축구장, 체육관, 숙소, 사무 공간, 그리고 축구 박물관이 들어서게 된다.

 

축구 박물관, 살아숨쉬는 역사의 허브가 되어야

 

먼저 발표자로 나선 이기백 천안시 학예연구사는 천안에 축구역사박물관이 건립되어야 하는 역사적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는 대한민국에 축구가 도입되던 20세기 초반 천안 지역에서 선교사를 중심으로 한 축구팀과 경기가 존재했다는 점,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운동가들의 민족 단결과 체력 증진 수단으로 축구가 활용됐던 점을 짚었다. 그러면서 독립운동의 메카인 천안에 축구 박물관이 건립된다면 독립운동 관련 기관들과의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범 공주대 사학과 교수는 일제강점기 축구 경기의 전개 과정을 흥미롭게 설명했다. 박 교수는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동아일보, 조선일보, 매일신보와 각종 논문 등 다양한 사료를 통해 1920년대 조선인들은 이미 축구를 국기(國技)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이 시기를 즈음해 국내에서 축구 규정이 정비되고 지역단위 축구팀과 대회가 활성화됐다고 짚었다.

 

나승재 국립태권도박물관 학예연구사가 발표한 국립태권도박물관의 사례는 축구 박물관이 나아가야 할 현실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2014년 설립된 국립태권도박물관은 이후 지리적 여건(전북 무주)과 코로나19 영향으로 관람객 숫자가 줄면서 유휴공간이 늘어나는 등 운영상 문제를 겪고 있다. 이는 국립태권도박물관이 태권도원과 함께하는 하나의 인프라 정도로 인식되면서 중장기 발전 계획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로 생겨났기 때문이라고 나 학예사는 밝혔다.

 

따라서 나 학예사는 축구 박물관이 전문 박물관으로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 크게 두 가지를 제안했다. 첫 번째로 축구 박물관이 공적 책임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세부과제로는 박물관 성과관리를 위한 평가체계 구성, 전문가 네트워크를 활용한 연구 거점 구축을 제시했다.

 

두 번째로 소장품 관리, 전시 컨텐츠의 전문화 및 다각화, 교육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다양한 계층에 축구의 가치를 확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축구 박물관은 신체 움직임의 원리와 즐거움을 알릴 수 있는 야외전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밝혔다.

 

축구 역사, 일상과의 연결고리가 필요

 

이어진 종합토론은 국성하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조사연구과장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정정용 경일대 전문스포츠학부 교수, 박공원 대한축구협회 이사, 정윤수 성공회대 문화대학원 교수, 조준호 한체대 특수체육교육과 교수가 토론자로 나섰다.

 

2019년 FIFA U-20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의 준우승을 이끌었으며 현재는 모교 경일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정정용 교수는 자신의 경험담을 기반으로 느낀 점을 솔직하게 풀어냈다. 정 교수는 “예전에 지도자 생활하면서 포르투갈에 유학 갔을 때 FC포르투 구단에 축구 박물관이 있었다. 조그마한 도시에도 축구 박물관이 있다는 것이 당시에 놀라웠다”며 “만약 필요하다면 천안 축구 박물관에 U-20 월드컵 준우승 메달을 기증하겠다”며 웃었다.

 

이어 그는 “축구 박물관에는 유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토리가 담겨있으면 좋겠다. 2002 한일 월드컵이 한국 축구 역사의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그 이외 대회와 관련한 스토리도 담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이들이 축구 역사를 배우고 함께 즐기는 프로그램이 많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공원 대한축구협회 이사는 박물관 건립을 산업적 측면에서 접근하자고 제언했다. 박 이사는 “국내 대부분의 박물관을 보면 텅 비어있는 게 현실이다. 단순한 전시에 그칠 것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를 어떻게 연결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박물관 전시와 공연에서 메타버스 등 최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정윤수 성공회대 문화대학원 교수는 축구 박물관이 단순히 축구의 역사를 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축구와 사회 및 문화와의 연관성 측면에서 입체적인 해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정 교수는 “스포츠 역사에 대해 접근할 때 지금까지는 단순히 민족주의적 해석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축구 박물관을 통해 축구와 도시, 축구와 시민성 형성 등 여러 가지 해석이 더해지면 박물관 공간이 더욱 풍부해질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윤진성 기자 0031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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