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춤ㆍ미학연구소 소장 이용희, 내가 그리는 것이 곧 나의 삶

  • 등록 2021.02.23 11: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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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를 모르지만 나는 너를 알고 있다.’ 라는 비대칭 통찰의 착각

 

새해에 들어서인지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삶일까?’ 자문(自問)하게 된다. 사람들도 이 같은 질문에 인생 기준을 설정하고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다.


시도(essayer)하며 사는 삶, 정답이 없는 삶에서 더 나은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이렇게 시도하며 죽음에 이르기까지 나은 삶을 살아가려고 사는 것이 삶의 실체인지? 인간의 신념은 절대적으로 옳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죽음이 오기 전까지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없다고 한다.

 

이것은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고 보이는 것이 전부 진실이 아니듯 우리는 옳은 소리면 다 옳은 소리인줄 착각하고 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마치 남이 나를 아는 것보다 내가 남을 더 잘 알 듯 ‘너는 나를 모르지만 나는 너를 알고 있다.’ 라는 비대칭 통찰의 착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듯 말이다.

 

그동안 옳은 것을 옳다고 하는 데서부터 비롯된 것들도 나만의 착각이고 잘못된 판단이란 생각을 하면서도 모르고 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필자를 비롯해 어리석은 인간은 주로 과거와 미래에 대해 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재의 중요한 일은 생각하지 않고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며 오지 않은 미래를 미리 걱정하며 집중해야 할 현재를 놓치게 된다.

 

마치 무속인의 말을 맹신하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그동안 나의 인생은 어디로 가야할지의 확신이 없어 해소되지 않는 갈등과 불안, 슬픔을 안고 가끔 점을 보기도 했지만 주로 과거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만 해줄 뿐 정작 중요한 현실에 대한 대안은 없었다.

 

결국 인생은 자신이 헤쳐 나가야 할 삶인 것이지 남이 해주는 것이 아닌 것이다. 나의 점괘가 좋다고 그것만 믿고 살면서 생각한대로 인생이 펼쳐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에는 자신의 역할을 다하느냐 못하느냐 또는 이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삶의 흥망성쇠가 나누어진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처럼 생각은 잘못 형성된 신념과 가치관에서 파생되어 여러 부정적인 판단과 논리적인 모순을 만들게 된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부정적인 생각으로 현실을 비판할 뿐 대안을 찾기엔 침묵하면서 결국 생각의 그물망이 얽히고설켜 자신만 힘들게 된다.

 

위계질서가 명확하고 차별이 존재하는 수직구조를 지닌 예체능계에선 항상 경쟁자와 윗사람을 보며 살아온 필자는 지피지기(知彼知己)가 아니라 지기지피(知己知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남을 평가하고 나도 평가받는 세상을 살아왔기 때문에 나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또 다른 나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 나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이에 필자는 자유로움과 열정, 설렘과 기쁨이 넘치는 인생과 함께 지금처럼 이렇게 춤과 함께 살겠노라고 말하고 싶다.

 

인생이라는 짧은 여행의 마지막 여정까지 진정한 춤꾼이 되기 위해 자신의 생각이 틀리고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며 관용적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볼 수 있는 만큼… 그로 인해 욕망이 커지기 때문에 아파해야 할 것도 많아지는 법이다. 세상이 변하듯 사람도 자연변화에 순응해야만 하기에 어쩌면 아픔은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욕망은 단지 아픔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세상을 볼 수 있는 과정이란 생각에 욕망이라는 이름의 아픔을 성숙의 디딤돌로 삼아야 겠다.

 

이처럼 진정한 삶은 아픔이라는 과정을 겪은 뒤에야 볼 수 있는 것 같다. 어려울 때 곁에 있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이듯, 춤의 진정성 역시 아픔을 통해야만 더 깊은 미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아직도 아플 수 있음에 감사하다.

 

춤을 인생화하고 인생을 춤이라 느끼기에 끊임없이 나를 직면하고 사유(思惟)케 하는 성찰의 시간은 깨달음을 얻게 해준다.

 

나는 열정이 있는 삶을 원한다.
마음이 설레이는 춤을 출 수 있기 때문이다.

춤을 추면 모든 걸 잊게 된다.
마치 감전된 것처럼…

이것이 곧 내가 그리는 삶【舞】이다.

 

지금 이 순간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듯 다른 사람들의 기준이 아닌 자신의 기준으로 자신을 돌아보며 나답게 사는 법을 깨달았을 때 우리의 인생은 보다 값지고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선한길 기자 iwbct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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